감기에 걸린 10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독감에 걸릴 만큼 독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자각 부족이 도마 위에 올랐다. 3년 전 메르스 사태 이후 기본적인 기침예절 등 전염병 에티켓이 얼마나 중요한지 교훈을 얻었지만 이미 시민의식에서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학교 1학년 자녀를 둔 A(대전 서구 갈마동) 씨는 최근 아이의 푸념을 듣고 기함했다. 학원에서 친구로부터 독감을 옮았다는 거다. A 씨는 “병원에서 법정전염병인 독감 판정을 받고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학원은 마지못해 나온다고 하더라. 전염병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마스크 미착용도 독감 유행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기침과 재채기 등을 통해 전염되는 독감은 다른 사람이나 물체에 묻은 흩어지는 침(비말) 등으로 감염된다. 손과 눈, 입 또는 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전염되며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나이에 따라서 5~10일 이상 감염력이 있다고 보고 격리, 마스크 쓰기 등 기침 예절 지키기를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동구 가오동에 사는 B 씨는 “감기 증세로 병원에 갔다가 오히려 독감이 옮을 것 같았다”며 “여기저기서 기침을 하는데 아무도 입을 가리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병원에서도 아무도 주의를 주지 않아 심기가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직장 내 연차휴가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도 문제다. 법정전염병인 독감에 걸려도 자신의 연차를 소진해서 사용할 수밖에 없고 심지어 회사 분위기상 아예 사용하지 못하는 직장인도 많아서다. 지역에서 꽤 규모 있는 회사에 다닌다는 C 씨는 한 지역인터넷카페를 통해 “가족 중 독감 확진자가 있거나 본인이 확진자면 회사에서 개인휴가를 권고했지만 휴가조차 제대로 쓸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아이 둘이 독감에 걸렸어도 출근했다”며 “출근하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어린이와 학생 등 집단생활을 하는 기관에는 독감에 걸린 확진자의 등원과 등교를 시키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독감 확진자는 등원, 등교를 하지 말고 직장인도 증상에 따라 격리, 마스크 사용 등을 통해 전염을 차단해야 한다”며 “학원, 직장 등에서도 알코올 소독 젤이나 손 씻는 세정제를 화장실에 비치하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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