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구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됐다. 그런데 아직도 친일 청산이 잘 되지 않아 친일을 한 민족반역자들과 그 후손들은 대부분 득세를 해 잘 살고 있고, 항일독립운동가들과 그 후손들은 대부분 푸대접과 무대접을 받아 사회의 변두리에서 신음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친일은 독재와 억압, 불의와 부정의 토대가 됐다. 그리하여 이 땅에 70년 넘게 채워진 질곡의 사슬을 풀고 민주와 정의, 화합과 평등이 넘치는 살맛나는 새로운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 청산 노력에 많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49년 친일파에 의해 와해된 반민특위의 정신과 친일연구의 선구자인 고 임종국(1929~1989)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친일과 항일의 역사를 연구해 ‘친일인명사전’과 ‘항일음악 330곡집’을 발간했고, 지금은 정부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뜻있는 국민들의 후원을 받아 오는 3월 서울 숙명여대 옆 효창공원 인근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을 개관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적폐청산 항일음악 토크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적폐청산 항일음악 토크콘서트에서 ‘항일음악 330곡집’ 저자인 고(故) 노동은(1946~2016) 선생의 아들 노관우 씨가 직접 피아노를 치며 항일음악을 들려줘 참석자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건물을 구입해 리모델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총 55억 원인데 지금까지 마련된 건립 기금은 송기인 신부 마중물기금 2억 원, 회원과 시민 모금(발기인·소액기부) 11억 원, 일본 시민 780명과 단체 모금 7000만 원, 친일인명사전과 앱 판매 기금 11억 원, 법인 기본재산 등 출연금 12억 3000만 원 등 37억 원에 불과해 앞으로 18억 원을 더 모금해야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재명 성남시장,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대한민국 적폐청산과 공정국가 건설을 위해 민족문제연구소와 식민지역사박물관건립위원회가 공동주최하는 친일 적폐청산 항일음악 토크콘서트에 적극적으로 참석해 돕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호응도가 낮아 부족한 기금 18억 원 모금에 어려움이 많고,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이 11년 8개월이나 지체되고 있다고 한다.

대전의 경우 지난해 11월 9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 연봉홀에서 ‘박주민과 함께하는 적폐청산 항일음악 토크콘서트’가 개최됐는데 150명만 참석해 좌석을 다 채우지 못해 안타까웠다. 노동은 선생이 목원대 음대에서 오랫동안 봉직하며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고, 그의 아들 노관우 씨가 대전 중구 문화동에 거주하며 청소년기를 보내 대전 연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의외로 관객이 적어 아쉬움을 더했다.

그런데 일본의 14개 시민단체들이 2015년 11월 ‘식민지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을 발족시켜 건립 기금 1억여 원을 모금해 보내왔고, 박물관에 전시될 각종 자료도 기증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대전 중구 어남동에서 출생한 항일독립운동가이자 민족사학자인 단재 신채호(1880~1936) 선생은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고 준엄하게 말씀하셨다. 그런데 대한민국 국민들 중에는 먹고 사는 데 급급해 역사를 잊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친일인명사전’과 ‘항일음악 330곡집’ 발간,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 등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중요한 사업이다. 그런데 그런 국책사업을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국가 대신하고 있다.

만시지탄이지만 3월에 식민지역사박물관이 준공될 수 있도록 이제부터라도 많은 국민들과 해외 동포들이 민족문제연구소가 국내외에서 전개하는 식민지역사박물관 건립기금 모금운동에 적극 동참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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