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만 키우더니 … 슬그머니 없앤 교육부

한자(漢字) 병기 확대 논란을 불러온 ‘초등교과서 한자 표기 기준’의 사실상 폐기를 두고 초등학교 교사들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는 만큼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초등학생이 한자를 배워야 한다는 의견과 한자를 배우지 않아도 글의 문맥과 대화,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상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갈지자(之) 행보에 대해선 학교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인 정책이었다는 데는 한 목소리를 냈다.

10일 교육부 누리집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게시한 ‘교과용 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자료’ 최종본은 한문 교육용 기초 한자 중·고교용 1800자를 소개했다. 하지만 기존에 선정했던 초등용 한자 300자는 제외됐다.

당초 교과서 활용 기준으로 제시하기 위해 골라놓은 한자 300자는 현재 일부 초등학교에서 운영 중인 창의적 체험활동 한자 교육 기준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게 교육부의 입장이다.

앞서 교육부는 2014년 교과서와 수업·평가방식, 수업내용 등의 기준이 되는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공식 추진하겠다고 밝힌데 이어 2016년 말 주요 한자 300자를 선정하면서 한자 병기 확대 정책이라는 비판을 야기했다.

대전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초등학교에서는 한자를 가르치지 말아야 한다. 한자를 배우게 되면 초등학생 학습 부담이 증가된다”며 “한자를 배워서 평가하게 되면 사교육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학부모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반대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교사 B 씨는 한자교육이 필요하다고 어필했다. B 씨는 “우리나라는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어 한자를 배우지 않을 경우 중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문학작품이나 책을 읽을 때 어려움이 있다”며 “만약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친다면 사교육이 적어질 것이고, 사교육이 심화되기 전 공교육이 품어줘야 한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화살은 교육부로 향했다. 이미 찬반 양론이 예상됐고, 학부모 관심이 큰 정책을 폐기하면서 제대로 공개하지 않은 점은 문제라는 것이다. 찬반입장을 밝힌 두 교사들은 “한자 교육 여부를 논하기에 앞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기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몇 년동안 한다 안 한다를 오간 교육부의 정책이 논란을 부추기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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