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6학년 교과서에서 어려운 학습 용어의 뜻과 한자 음(音)을 풀어주는 '한자 표기 정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교육부가 2019년부터 시행하려던 초등한자 표기를 돌연 폐기하면서 불거진 현상이다.

교육부는 2014년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새 교과서에 초등학교 한자 표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습용어에 한자가 많아 학생들이 한자의 뜻을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많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 당시에도 초등한자 병기 논란이 일었다.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는 만큼 어려서부터 한자교육 확대는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 등은 '한글 전용 원칙에 어긋난다', '학생들 부담이 커지며 사교육 확대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공청회와 정책연구 등을 거쳐 2016년 12월 최종 방안을 발표했다. 교과서 본문에 한자병기는 하지 않고, 교과서 여백(옆단이나 밑단)에 별도로 학습에 도움이 되는 용어의 음과 뜻을 풀어쓰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과서에 많이 쓰이는 주요 한자 300자를 골라 이 범위에서만 한자의 음과 뜻을 표기하도록 했다.

당시 교육부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이 커지고 사교육이 횡행할 것이라는 일부 진보 교육단체와 한글 단체들의 주장에 '한자 표기는 한 단원에 0~3건 정도로, 개념 이해를 돕는 경우에만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학습량과 수준에서 모두 부담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한자를 외우거나 평가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사교육 부담도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랬던 교육부가 정권이 바뀌면서 공식 발표도 없이 슬그머니 이 정책을 폐기해 버렸다. 언론 등에 공개하지도 않고 교과서 개발자들이 참고하는 '교과용 도서 개발을 위한 편수 자료' 수정판을 교육부 홈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이 동원됐다. 정책이 시행되기 전이라 바뀌는 게 없어 알리지 않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확대 문제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중요하면서도 민감한 문제이다. 정책의 찬반과 타당성 여부를 떠나 이런 문제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슬그머니 폐기하는 것은 문제다. 그것도 국민들에게 추진을 발표하고 공청회와 정책 연구까지 마친 정책을 정식 언론에 공개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은 밀실행정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육부는 이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려하지 말고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진보 보수를 떠나 우리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교육정책이라는 점에서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찬반 양측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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