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등 가상계좌 정리까지…혼란에 빠진 가상화폐 업계

시중은행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거래소 등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12일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등 시중은행은 준비 중이던 실명확인 가상계좌 입출금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고 기존 가상계좌도 점진적으로 닫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도 가상화폐를 둘러싸고 혼란이 빚어지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당국의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가상계좌 서비스에 나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이 같은 움직임에 거래소 등 업계에서는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현재 신한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받는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당장은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 채 사태를 파악 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NH농협은행에서도 가상계좌를 제공받는다"며 농협은행 쪽으로 고객을 유도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코빗·업비트 등 주요 거래소가 가입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는 당국과의 조율로 자유규제안도 만든 상황에 거래소 폐쇄와 가상계좌 서비스 철회가 거론되는 것에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놨다.

김진화 블록체인협회 준비위 공동대표는 "자율규제안에 따라 본인 확인을 강화한 입출금 서비스를 1월 1일부터 했어야 한다"며 "정부가 이렇게 하니 은행이 뒤로 물러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제 사태도 있었고 가상화폐 투자자 피해나 풍선효과, 지하화에 따른 영향은 당국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들의 원성도 들끓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투자자들이 실명확인 가상계좌 입출금 서비스 철회를 밝힌 신한은행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겠다는 게시글이 줄을 이었다.

한 투자자는 "정부의 말 바꾸기 때문에 투자하기가 더 힘들어졌다"며 "정부가 가상화폐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네이버 창립멤버 출신의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는 12일 법무부가 최근 거래소 폐쇄까지 언급하는 등 정부가 고강도 가상화폐 규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렸다.

김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17년 전 당시 정보통신부 차관이 주요 포털 대표를 불러 이메일 보급에 따른 청소년 악영향 방지 대책 논의를 위한 회의를 열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그날 회사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나 지금이나 같은 생각"이라고 썼다.

김 대표는 "항상 새로운 기술에 의한 서비스가 나오고 부작용이 생기면 한국은 일단 중국식으로 생각하고 통제·조치하려는, 그리고 그렇게 하라는 움직임이 먼저 생깁니다. 유구한 관료제, 통제사회 역사의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밀한 검토를 해보면 우리의 정서와는 다른 서구의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발견합니다. 미국·유럽·일본에서 폐쇄하지 않으면 우리만 폐쇄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중국이나 북한은 그냥 합니다"라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창의력을 발휘해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내겠죠. 저는 또 반복되는 역사의 한 장면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글을 맺었다.

김 대표는 1999년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 등과 함께 네이버를 창립했고 이후 NHN 한게임 대표와 NHN 차이나 대표 등을 지냈다. 지금은 사회적 기업 '베어베터'를 경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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