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성 전 둔산여고 교장

 

지금 육십 대 후반의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6·25 전쟁 전후에 태어나서 초등학교 시절에 미국의 경제원조로 배급하는 강냉이 죽과 우유를 먹고 자랐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가난이 좋았던 점도 있었다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가난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가족들이 모여 살 수밖에 없었다.

초·중·고교 시절 대부분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시집살이를 하면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한 집에서 생활했다. 우리들은 어머니가 할머니, 할아버지를 웃어른으로 공경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라났다. 집안에 특별한 먹을 것이 생기면 어머니들은 할아버지, 할머니를 드린다고 다락방이나 찬장에 따로 보관했다 드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식사시간이면 우리들은 어른들의 근엄함의 눈치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밥상머리교육이 이뤄졌다. 어른들이 수저를 들기까지 기다렸다 식사를 했고 맛있는 반찬은 어른들이 먼저 드신 후에 먹었다. 대학시절에도 대부분의 가정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가 참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해마다 경제가 발전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이때 인구증가가 폭발적으로 일어나서 한 가정 두 자녀 갖기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었다.

경제발전이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여성들도 직업을 갖기 시작하면서 우리의 대가족제도는 붕괴되고 핵가족시대로 변해갔다. 부모와 자녀만이 사는 것이 단출하고 좋은 점도 많다. 그러나 경제발전은 가족들이 함께 앉아 식사하며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 가버렸다. 모두들 출퇴근 시간과 등하교 시간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현상이 일정 시간 흐른 후에 우리들은 자녀세대들이 우리들과 너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고 깨달았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일들의 결과로 우리세대는 부모를 모시는 마지막 세대이고 후손에게 버려지는 첫 세대라는 자조적인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조사된 대한민국 출생률을 보면 조사대상국 221개국 중 215위로 1년에 인구 1000명당 대략 8명이 조금 넘게 태어난다고 한다. 그럼 이전보다 국민 경제가 나빠졌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런데 인구는 증가하지 않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26조 5587억 원의 재정을 투입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정책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12%라고 한다.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자녀 양육 및 교육에 대한 환경의 열악성과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지금 시대 젊은이들은 각자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일하기를 원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이 맞벌이를 한다. 지금처럼 핵가족시대에는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자녀 양육이 쉽지 않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아이 갖기가 힘들어 지는 것이다.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보기가 시작되었다. 요사이 친구들을 만나면 모두들 손자, 손녀 돌보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돌보는 방법도 다양하다. 아들이나 딸집에 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보는 사람 아니면 딸, 아들들이 아침에 출근하면서 부모님 댁에 맡겼다가 저녁에 데리고 가는 방법까지는 그래도 괜찮은데 집에 입주해서 24시간 돌보는 할머니 할아버지는 너무도 힘들어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모든 것을 만지고 부수고 하는 것이 기본이고 일상이다. 나이 먹은 우리들이 이를 따라다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내 자식은 내 마음대로 다룰 수 있지만 한 치 걸러 두 치라고 손자, 손녀는 또 다르다. 자식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손자, 손녀가 이쁘고 귀엽기는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다. 이를 양육이라는 책임 하에 이루어질 때는 대단한 고통임을 자식들도 알고 말 못하는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가 필요하다. 이제 우리 세대 이후는 모두들 손주 돌보는 세대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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