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슬 대전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순경

 

과학수사요원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어떤 범죄현장에서도 증거를 쉽게 찾아내고 20년 된 지문도 바로 현출할 수 있는 유능하고 멋진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일, 매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때론 기대만큼 증거를 찾지 못하는 날도, 생각처럼 멋지지 못한 날들도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과학수사요원이라 불리는 이들의 시선에는 수많은 삶이 교차한다. 우리는 평범한 사람들이 살면서 몇 차례 볼 수 없는 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보며 그들의 유언 같은 사인(sign)을 찾는 일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 망자를 보게 되면 이렇게 되어야만 한 이유가 무엇일지, 마지막엔 어떤 모습이었을지, 현장에 남아있는 그들의 마지막 메시지를 하나라도 찾고자 노력하며 그들의 메시지를 듣고자 모든 사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출동 사건들 속에서 수많은 망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어떤 하루는 유난히 기억에 남는다. 90살이 넘은 망자와 태어나 엄마와 만나서 인사한 지 며칠 되지 않은 망자를 만난 날이었다. 두 망자 옆에는 살아생전 그들을 사랑했던 가족들이 있었고 가족들은 슬픔에 잠겨 그들 옆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부모를 잃은 자식과 자식을 잃은 부모의 모습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짧은 순간 세상을 잃은 엄마의 눈과 슬픔에 젖은 아들의 눈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멋진 경찰관이 되겠다는 꿈을 가진 이후로 자격증을 취득하고 학교도 다니며 공부에 전념했던 시간. 그 삶 속에서 취업은 삶의 전부였고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목표였다. 꿈을 이루고서 내 삶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망자들을 만난 날 나는 삶 속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잊고 지냈다고 생각했고 깨달았다. 물론 취업이 삶에서 중요한 부분 중의 하나일 것이지만 그동안 나는 너무 나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무심하고 무례했던 것은 아닌가. 언젠가 맞이하게 될 죽음 앞에 나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하게 되는 그런 날이었다.

개개인의 삶 속에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신념이 다르고,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를 어떤 것에 두느냐에 따라 삶의 모습이 변화하는 만큼 삶에서의 중요한 가치를 결정함에 있어 신중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이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할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이 짧은 삶에 임해야 할까. 두 죽음 앞에 얻게 된 어려운 숙제였다. 우리 모두 이 일을 계기로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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