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용 대전시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

 

한동안 추운 날씨가 계속됐다. 그 추운 날씨는 나와 우리를 움츠리게 한다. 단순히 추운 날씨에 의해 몸을 움츠리는 것보다도 무서운 게 사람에 의해 마음의 문을 닫아 움츠리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한 마음의 추위는 더 춥고 더 오래간다.

수년을 함께 했던 지인이 어느 날 갑자기 등을 돌리고 떠날 때 날씨와 관계없이 밀려오는 추위에 몸을 움츠리며 가슴 한 구석에 빈 공간이 생긴다. 내가 지인에게 무슨 실수를 했나, 혹시 지인이 나에 대한 오해를 한 것 아닌가하는 마음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묵묵부답의 무응답은 나에게 큰 아픔을 준다. 그 상처가 아물기에는 생각외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을 절실히 느낀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아픔이 있으면 따뜻함도 있다는 것이다. 내 주위 곳곳의 사람들이 나에게 반가운 인사와 소식 그리고, 나에 대한 안부 등을 물어주는 등 따뜻함을 나에게 전해 준다. “건강하시죠. 밥 같이 하시죠. 당신이 있어 큰 힘이 됐습니다.” 이런 내용의 연락은 차가워지고 움츠러든 마음과 어깨를 훈훈히 데워주고 펴게 해준다. 이렇듯 세상이 차갑지만은 않다. 이곳저곳에 나를 아껴주고 생각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 그래도 아직은 세상이 참 따뜻하게 느껴진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식사 한 끼 하자는 연락이었다. 그날은 몹시 추운 날이었다. 자리에 가보니 수 년 만에 만난 지인도 있었다. 수년 전 나에게 서운하다며 연락을 끊은 지인이었다. 서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가웠다. 그 지인이 오해로 인한 것을 알고 연락하고 싶어도 미안해서 연락을 못했다는 말을 하면서 미안해하는데 되레 내가 왜 당시 더 연락을 하지 못했을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화기애애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그 차갑던 바람과 날씨가 나에게는 온풍과도 같았다.

나는 속내에 있던 말을 했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저는 오늘 참 행복합니다.” 그들은 나에게 미소로 화답했다. 그 미소는 다른 어떤 말과 행동보다도 나에게 큰 따뜻함으로 전해졌다. 그들에게도 오늘의 나의 존재와 동행은 나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사람으로 인한 따뜻한 세상. 아무리 차가운 기온과 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람으로 인한 따뜻함은 서로간에 마음의 화로가 되어 행복함을 느끼게 한다.

2018년 새해가 밝았다. 또 다시 밝아 온 한 해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많은 계획들을 한다. 나는 오늘 2018년 나와 사람들에 대한 일기를 쓸 것이다. 그러나 현재형과 미래형이 아닌 과거형으로 글을 쓸 것이다. 그리고 2018년 12월 31일 늦은 밤에 2018년의 사람들과의 지나간 일들을 회고하는 일기를 읽을 것이다. 얼마나 내가 일기를 지키며 살아왔는지를…. 이 과거형의 일기는 나에게 구속돼 나의 실천을 도와줄 것이다. 미래에 대한 과거로의 인식의 전환은 내가 앞으로 사람들과의 관계를 반드시 실천하지 않을 수 없게 도와준다. 그 일기로 말미암아 나와 사람들은 한층 더 두텁고 따뜻한 한 해를 보낼 것이다.

사람이 있어서 내가 따뜻한 세상. 내가 있어서 그들이 따뜻한 세상. 나와 우리로 인해 세상이 따뜻해진다면 사회 한 구석에서 춥고 어둡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살아갈 힘을 얻을 것이고 그것만으로 우리네 인생은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세상을 살면서 무엇을 받아서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무엇을 주어서 나와 사람들이 행복한 것 인지가 중요하다.

오늘 내가 따뜻한 말과 손을 먼저 내밀자. 그 사람도 다른 사람에게 손을 내밀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얼지 않고 온기를 유지할 수 있다. 2018년 우리 모두 따뜻하고 행복한 동행을 하자.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