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전 위원장

 

올해는 무술(戊戌)년이다. 무술은 갑자, 을축으로 이어지는 육십 간지 중에서 35번째에 놓인 십간과 십이지의 조합이다. 고리타분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십간(천간)과 십이지(지지)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자.

십간은 1개월을 3등분한 10일을 세는 방법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기(己)·경(庚)·신(辛)·임(壬)·계(癸)로 구성돼 있다. 십이지는 본래 고대 천문학에서 1년 열두 달을 표기하기 위해 만든 별자리 단위다. 천구상의 적도를 기준으로 12등분한 별자리로 자(子)에서 시작해 축(丑)·인(寅)·묘(卯)·진(辰)·사(巳)·오(午)·미(未)·신(申)·유(酉)·술(戌)·해(亥)로 끝난다. 이것이 나중에는 십간과 더불어 날짜와 달, 해를 나타내는 단위로 쓰이게 됐는데 태어난 해에 따라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띠를 나타낸다.

십간은 순서대로 음양으로 짝을 지어 5쌍을 이루고 오행과 결부해 갑과 을은 파랑, 병과 정은 빨강, 무와 기는 노랑, 경과 신은 하양, 임과 계는 검정을 의미한다. 따라서 2018년 무술년은 황금(노랑) 개의 해라고 하고 2017년 정유년은 빨간 닭의 해, 2016년 병신년은 빨간 원숭이의 해라고 한 것이다.

떠들썩한 매스미디어 덕분에 우리는 한 해에 적어도 두 번은 집중적으로 그 해의 간지를 주워섬기곤 했다. 바로 1월과 12월이다. 1월에는 새해가 시작됐다고 난리법석을 떤다. 가령 올해는 무술년 개의 해라고 해서 개띠 사람들의 성격과 운수가 어쩌고, 연예인·정치인 중에서 개띠는 누가 있으며 그들의 올해 꿈과 포부는 이러저러하다는 얘기들이 넘친다. 시무식에서도 개띠들이 직원을 대표해 덕담을 한다. 오래 전 일이지만 황금돼지해(정해년, 2007년)를 맞아 대전의 어느 구청은 구청 마당에 돼지우리를 만들고 돼지를 키운 적도 있었다. 해마다 신문과 방송이 되풀이하면서 전하는 해프닝들이다.

그리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해의 간지가 무엇인지 대체로 잊고 산다. 그것을 다시 기억하는 것은 12월이 오고 신문과 방송에서 무술년이 저물어 가노라 하면서 떠들기 시작하면서일 것이다. 곧 여기저기서 한해를 보내는 탄성과 회한이 쏟아진다. 근하신년(謹賀新年)과 Best Wishes라는, 한자와 영문이 섞인 카드의 여백에는 다시금 육십간지가 등장한다. ‘무술년 한해 도와주셔서 감사하고 소원 성취하시기를 바랍니다’, 따위의 통속적인 인사말들.

이러한 풍토나 관행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는 듯하다. 어쩌면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현상에 대해서 애써 시비를 걸 생각도 없다. 그렇지만 음력과 양력으로 두 번씩이나 신문과 방송이 벌이는 호들갑은 좀 억지스럽다. 음력으로 따지면 아직은 정유년 섣달이므로 우리는 2월 중순 설날을 앞두고 진짜로 닭의 해가 가고 있다며 한복을 차려입고 나와서 재롱을 떠는 방송인과 연예인을 또 봐야 한다. 설 연휴에는 다시 무술년의 덕담이 넘치고 평소의 서너 배가 넘는 문자와 SNS 메시지를 받을 것이고 이미 연초에 와 있다던 무술년이 다시 새해로 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문제는 띠의 시작점이 어느 날이냐 하는 것이다. 양력으로 2018년 1월 1일도, 음력 1월 1일인 2018년 2월 16일 설날도, 무술년의 진짜 첫날은 아니라는 전문가의 견해가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일권 교수에 따르면 띠는 태양의 위치를 따라 매기는 시간 요소여서 24절기 중 1년의 시작 절기인 입춘(2월 4일경)을 기준으로 따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일부 역학자들은 입춘보다는 음력 설을 띠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반론을 펼치기도 한다.

어느 쪽 의견을 좇더라도 양력 1월 1일은 띠의 시작점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고 2018년 1월에 태어난 아이들은 개띠가 아니라 닭띠이다. 사소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신문과 방송은 이런 것을 제대로 구분해서 쓰는 것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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