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을 위한 대학가의 눈치 작전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대전지역의 파장이 예사롭지 않다. 표면적으론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치닫고 있는 게 현실이란 까닭에서다. 더욱이 수도권 쏠림 현상과 입학금 폐지 등 지방대 현실을 배제한 정부 정책이 맞물리면서 몸부림이 치열하다.

17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학령인구 감소 등으로 인한 학생 수 감소와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되면서 대학별 변화가 이전보다 빠름세를 보이고 있다. 학과 통폐합은 물론 신설학과 설립, 학과명 변경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마침표를 찍은 정시모집 경쟁률을 보면 서울·수도권 주요 대학의 경쟁률은 전년 대비 올랐다. 영어 절대평가 전환, 정시모집인원 축소 등으로 인해 마지막까지 눈치작전이 벌어지면서 소나기 지원 현상이 일었다. 또 학과보다 대학을 보고 지원하는 경향으로 인해 비인기 학과의 경쟁률이 상승하는 역전현상도 되풀이됐다. 이러한 인식과 높아진 수시 비중으로 인한 모집인원과 지원인원이 줄면서 지역 대다수 4년제 대학의 경쟁률이 감소했다.

지역 2018학년도 정시모집 경쟁률로 보면 충남대의 경우 지속 강세를 보인 수의예과는 올해에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지난해 경쟁률이 낮았던 사회학과, 문헌정보학과 지역환경토목학과 등은 올해 상위학과로 반등했다. 또 의예과는 전년대비 떨어졌지만 국사학과, 고고학과, 철학과는 경쟁률이 올랐다.

한남대는 경쟁률 상위학과 중 생활체육학과의 경우 전년보다 모집인원이 늘었음에도 경쟁률이 가장 높았으며 자유전공학부의 경우 모집인원이 줄었음에도 지원자가 많았다. 경쟁률은 낮았지만 가장 많은 지원자가 몰린 학과는 컴퓨터통신무인기술학과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재대는 모집단위 중 최고 경쟁률로 실용음악과(보컬)가 꼽혔다 이어 신설된 드론·로봇공학과, 항공운항과가 뒤를 이었다.

대전대는 정시모집 상위 경쟁률은 모집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물리치료학과를 제외한 영상애니메이션학과, 생활체육학과, 건축학과, 컴퓨터공학과 등이 전년대비 올랐다. 신설된 국가안전융합학부와 건강운동관리학과의 선전도 주목할 만하다. 신설보다 통합쪽에 무게를 실었던 목원대의 주요 학과별 경쟁률에선 미술·디자인대학이 대체로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TV·영화학부가 최고경쟁률을 찍었고 이어 지난해와 모집인원이 같았던 만화·애니메이션과와 지난해보다 모집인원이 는 경찰법학과는 다소 떨어졌다.

대학에선 이를 통해 향후 기획 전략을 짜낸다는 구상이지만 이마저도 순탄치 않다고 입을 모은다. 지원자 수에 따른 분석을 거쳐 학과 통폐합 또는 학과 신설 방안을 마련하는 데 이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던 예산이 입학금 등의 폐지로 곤두박질 했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 변화를 꾀하지만 이를 알릴 수 있는 방법에 제동이 걸리면서 사실상 진퇴양난 형국이다.

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지원자가 몰리는 학과와 달리 학과를 통합해야 한다거나 신설했을 시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며 “박람회나 각 지자체, 교육청 또는 여러 학교에서 설명을 해달라는 요청이 온다. 그렇게 찾아가는 곳만 100군데가 넘는다. 하지만 전형료나 입학금 등의 사실상 강압적인 폐지로 인해 지방 중급 규모의 대학은 힘들 수밖에 없다. 충분한 정보 제공을 위해 소요되는 예산의 한계가 더욱 커져 마이너스 재정으로 이어지고 결국 지방 사립대는 더욱 힘들어 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정관묵 기자 dhc@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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