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내 횡단보도 사고 12대 중과실로"

▲ 서구 모 아파트 내에서 교동사고로 숨진 아이의 부모가 당시 사고난 횡단보도를 가르키고 있다. 신성룡 기자

<속보>=18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분수대 앞에서는 지난해 10월경 주변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B 양을 기리는 추모식이 거행된다. 추모식을 연 이는 현직 소방관인 아이의 부모, 사고 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촐히 장례를 치를 정도로 묵묵히 슬픔을 견뎌내던 부모가 청와대에 청원을 올리고 추모식을 열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숨진 아아의 아버지 A 씨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본보 2017년 10월 18일 6면 보도>

지난 12일 밤 대전 서구의 아파트에서 만난 A 씨에게 당시의 사고는 여전히 현재형 비극이자 아픔으로 남아있었다. A 씨는 “지난해 10월 16일 오후 아내는 다음날 유치원에서 소풍가는 딸을 위해 아들·딸과 함께 장을 보고 왔다. 딸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를 거의 다 건너가고 있던 중 갑자기 돌진해오는 차를 피할 겨를도 없이 치여 둘 다 쓰러졌다”며 “저는 소방서에서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둘째가 교통사고가 났는데 피를 많이 흘린다’는 것이었다.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아내가 구급대원이라 보통 흔들리지 않는데, 아내가 한참 뒤에 전화를 해서 울음을 터뜨렸다”고 말했다. 

비극은 한 가정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A 씨 가족은 딸을 잃은 슬픔에 집을 떠나 빈집이나 외갓집을 전전했다. A 씨는 “경찰이 되고 싶다던 아들은 동생의 사고 이후 말 수가 줄어들고 혼자 있는 것도 무서워한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사고 후 담담히 사고 충격을 이겨내고자 했다는 A 씨 가족, 그러나 A 씨는 “죗값을 받겠다던 가해자가 약속을 어겼다”며 분개했다. A 씨는 “아내 혼자 있을 때 가해자와 가해자 아내가 집에 찾아오기도 했다. 아내는 떨리는 마음을 누르며 죄의 대가만 받아달라고 했다”며“(그러나) 가해자가 재판 중 변호사를 선임하고 반성문을 제출하는 등 약속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가해자 측에 대한 여러 소문과 함께 가해자 주변인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A 씨 가족의 상처를 덧나게 한 듯 보였다.

A 씨는 아파트에 호소문을 붙이고 18일 오후 추모식을 여는 데에는 가해자가 ‘죄에 대한 법적인 처벌’을 받을 수 있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가해자가 죗값만큼 형을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추모제나 호소문 등)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다”고 했다.

A 씨는 이 같은 비극이 비단 자신 가족만의 일이 아니라고 우려한다. 더 이상 이 사회에서 발생치 않도록 작은 용기를 내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했다. 지난 1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을 올린 것이다. 글에서 그는 “아파트 단지 내 횡단보도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도로교통법 12대 중과실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20만 명 이상이 참여해 청와대의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A 씨는 “아파트 단지 내 도로도 도로로 인정해주고 단지 내 횡단보도 사고도 12대 중과실에 포함을 시켜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해야 하는 아파트임에도 사유지 횡단보도라는 이유로 어린이들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똑같은 사건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라는 게 아버지 A씨의 말이다.

 

곽진성·신성룡 기자 pen@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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