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으로 물이 말라 어쩔 수 없이 인근 지역에서 물을 끌어다 썼는데도 ‘물이용부담금’을 물어야 할까. 수도사업자는 공공수역에서 취수한 물을 공급받은 최종수요자에게 물사용량을 따져 물이용부담금을 물린다. 금강수계 물관리·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금강수계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피해를 겪은 충남도내 보령댐권역 8개 시·군에 부과된 물이용부담금은 6억 8300만 원에 달한다. 1998년 준공 뒤 19년 만에 처음으로 보령댐의 저수율이 9%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드러내자 충남도는 금강 백제보 물을 받아오는 도수로를 가동하고 당진은 대청댐, 서천은 용담댐으로 각각 급수체계를 변경했다.

부족한 물을 채워 넣으면서 나가는 물을 줄여 말라붙은 보령댐 부하를 줄이기 위한 조처다. 지난해 3월 말부터 도수로를 통해 일평균 11만 5000t, 연말까지 누적으로 2380만t의 물이 보령댐에 공급돼 4억 9500만 원의 물이용부담금이 발생했다. 6월부터 5개월 동안 금강수계에서 385만t(당진 238만t·서천 146만t)을 끌어다 쓴 두 시·군엔 물이용부담금으로 1억 8800만 원이 부과됐다.

이들 8개 시·군은 지난해 따로 예산을 세워 물이용부담금을 납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이용부담금은 법대로라면 최종수요자인 해당지역 주민들이 수도요금과 별도로 내야 하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농업용수를 공급받지 못해 농작물 피해가 속출하고 일부 지역에선 제한급수까지 이뤄진 와중에 주민들에게 이중고를 안길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엎어치나 메치나 마찬가지다. 수도요금 고지서에 함께 찍혀 나오는 물이용부담금을 주민들 호주머니에서 직접 거둬들이지 않았을 뿐 주민 혈세인 시·군 예산으로 충당해 결국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금강수계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런 인식에 따라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보령·서천)이 대표발의하고 여야의원 12명이 공동발의로 참여했다. 가뭄재난과 같은 특수한 상황으로 금강수계 바깥지역 댐의 용수공급 현황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도달하면 일시적으로 물이용부담금을 면제할 수 있는 근거규정을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소관 상임위인 환경노동위원회 검토보고서는 가뭄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줄여준다는 측면에서 입법취지의 타당성이 있으나 수계지역 지자체와 의견수렴이 먼저라고 봤다.

물이용부담금은 각종 개발이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되는 수계상류지역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생활개선, 하수·축산폐수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 설치·운영, 상수원 수질개선을 위한 수변구역 토지매입 및 녹지대 조성에 쓰인다.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공급받는 일종의 고통분담금인 셈이다.

대부분 물이용부담금으로 채워지는 금강수계관리기금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15년간 1조 2232억 원 걷혔고 전액에 가까운 1조 2205억 원이 환경기초시설(50.7%), 주민지원사업(20%)으로 지출됐다. 이들 수계지역 입장에서 물이용부담금 면제는 당장 수입감소와 각종 지원사업 축소를 의미한다. 개정법률안이 1년 가까이 국회에서 계류 중인 이유다. 물이용부담금은 20년 전 한강수계인 수도권에만 적용되다가 2002년부터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수계로 범위를 넓혔다. 금강수계 물이용부담금은 올해부터 t당 170원으로 10원(6.3%) 올랐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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