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훈 국방정신전력원 교수

 

근대 올림픽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와 스파르타를 비롯한 도시국가 간의 잦은 전쟁 속에서 펼쳐진 닷새간의 마법 같은 올림픽 휴전에서 찾을 수 있다. 필로폰네소스 반도 서쪽 올림피아에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4년마다 펼쳐지는 이 진기한 광경을 보기 위해 수만 명의 시민들이 험한 길, 궂은 길을 마다하지 않고 육로와 해로를 통해 몰려들었다.

그리스인들은 전쟁이 멈춘 이 닷새간의 올림픽 제전을 ‘신의 평화’라고 불렀다. 근대 올림픽 정신 또한 ‘평화와 화해’다.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이번 올림픽의 목표를 “경제·문화·환경·정보통신기술(ICT)과 함께 평화올림픽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의 시차를 두고 평화의 불꽃이 한반도에서 다시 타오르는 것을 볼 수 있게 됐다. 그 평화의 불꽃과 함께 올림픽의 마법이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두 번의 올림픽은 극심한 이념 대결의 장이었다. 그 곳에 ‘평화와 화해’는 자리잡을 수 없었다.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서방국가들이 불참했고, 1984년 LA올림픽은 이에 대한 공산권 국가들의 거부로 반쪽 올림픽이 됐다.

이에 반해 1988년 서울올림픽은 160개 국이 참가한 역대 최대의 평화올림픽이자 동서 화합을 이뤄 탈냉전의 서막을 연 역사적인 대회였다. 대한민국은 서울올림픽 이후 북방외교를 선보이며 냉전논리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을 맞는 동시에 높아진 국가 신용도를 바탕으로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뤘고, 글로벌 국가로 도약하게 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은 88 서울올림픽의 ‘평화와 화해’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무엇보다 지난 9일 판문점에서 만난 북한의 고위급 대표단이 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17일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 결과, 북한의 대표단 규모는 450명에 달할 듯하다. 더욱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 등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공연장 확인을 위한 목적으로 21일 1박2일 일정으로 남한을 방문했다. 예정대로 북한 예술단 140명이 방문해 평화와 화합의 공연을 펼친다면 한반도의 밝은 미래를 열고, 세계에 희망을 전하게 될 것이다.

30년 전 올림픽 참가를 혼자 거부한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참가함으로써 평화를 지향하는 올림픽 정신을 남과 북이 함께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북한 핵 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미·북 간의 ‘말 폭탄’은 한반도를 전쟁의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평창올림픽을 옥죄던 전쟁의 공포가 사라지자 오히려 평창이 평화의 땅이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

평창의 변화가 너무 극적이다 보니 30년 전 올림픽의 마법을 보는 것만 같다. 88 서울올림픽이 동서 냉전의 상황에 평화를 이끌어냈다면, 2018 평창올림픽은 한반도 평화를 뛰어 넘어 동북아 평화, 더 나아가 세계 평화의 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은 2020년 도쿄올림픽,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며 ‘평화와 화해’의 정신을 이어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곧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의 땅인 평창에서 평화의 불꽃이 타오르고, 화합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30년 전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었던 올림픽의 마법이 이제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밤이 깊을수록 별빛은 더 밝게 빛나고, 어둠이 깊을수록 여명의 빛은 더 찬란하다. 평창올림픽을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기회의 문이자 신이 주신 축복의 선물로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에게 달려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올림픽을 만끽하며 응원하고 100% 즐기자. 스켈레톤의 숨막힐 듯한 스피드를, 컬링의 예술을, 여자피겨스케이팅의 우아함을 맘껏 즐기자. 이제 평창올림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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