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화초 박정은 교사

교사들에게 가장 긴장되고 떨리는 순간이라면, 나는 주저 없이 학급 배정표를 받는 순간이라고 말할 것이다. 몇 학년 담임이 됐을지, 어떤 학생들을 만날지, 나는 학급 배정 전날이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 2년여의 육아 휴직을 끝내고 학교에 돌아갔을 때, 나는 앞으로의 1년을 결정할 학급 배정표를 보고서 잠시 할 말을 잃었다. ‘내가 특별학급 담임이라고?’

그렇게 뉴스에서만 보던 시리아 아이들을 운명처럼 만났다.

특별학급은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학급으로, 대전대화초등학교 특별학급에는 시리아와 베트남에서 온 아이들 10명이 함께 공부하고 있다. 그 중 시리아 아이들과의 만남은 참으로 특별했다. 전쟁으로 인한 상처들이 염려됐지만, 걱정이 무색할 만큼 아이들은 밝고 명랑했다.

‘그래, 말은 안 통해도 마음은 통할거야. 누가 알아? 나중에 내가 시리아로 여행을 가면 이 친구들이 나를 반겨줄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탓일까. 의욕적으로 시작한 나의 특별학급 운영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엉망이 되고 말았다. 여자 아이들은 툭하면 학교를 빠지기 일쑤였고, 남자 아이들은 기도를 하러 가야한다며 조퇴를 하는 일이 잦았다. 학교 규칙을 어기는 일은 다반사였고 아이들끼리 싸움이 나면 도저히 말릴 수 없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너무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은 고사하고 하루를 무사히 보낸 것만으로도 다행일 만큼 특별학급 생활은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급 문고에서 책 한 권이 눈에 띄었다. ‘무슬림 마음 속에는 무엇이 있을까’. 진작 사놓고도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책이었다. 어쩌면 이 책 속에 답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래서 그런 거였구나.'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금요일이 휴일이라, 남자들은 금요일이면 기도를 하러 간다. 그래서 우리 학급 남자 아이들도 금요일마다 사원으로 기도를 하러 가야해서 학교를 조퇴해야만 했다. 시리아 아이들의 어머니께 상담을 요청했을 때 남편이 부재중이라며 상담을 거절하셨던 것은 이슬람에서는 아버지가 가족의 중심이자, 모든 결정권이 아버지에게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왜 더운 여름에도 히잡을 쓰고 다니는지, 왜 아이들이 미술 활동을 어려워하는지도 책을 읽으며 알았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좀처럼 이해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행동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시리아인으로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그들의 문화에 따라 행동할 뿐이었다. 그런 다음부터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편안해졌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그렇다. 이 말은 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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