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봉 예산군수가 지난 2014년 민선6기 예산군호(號)를 출범시키면서 취임 일성으로 내뱉은 ‘섬김 행정’이 4년여의 임기 동안 군민과 공직사회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최초 군주혁명가로 알려진 조선조 22대 임금인 정조이산어록에 보면 임금으로써 반드시 이행해야 할 18가지의 실천 강령 가운데 극기와 다스림, 절제, 두려움, 효도, 덕치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섬김을 다하라’는 구절이 나온다. 

‘어버이를 섬기는 나의 예절이 비록 옛날의 성왕들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할지라도 내 스스로 그 정의(情誼)와 예문(禮文)에다가 첫째가는 중요성을 부여하면서 일관되게 지키도록 노력해 왔음’을 어록은 강조하고 있다. 즉, 섬김의 기본은 서로 예절을 갖추어 친하게 정을 나눔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황 군수의 ‘섬김 행정’ 정책이 정조이산어록에서 기인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공직자가 군민을 단순히 부모형제와 같이 대하라는 범주를 넘어서 공직자윤리헌장이나 공무원행동강령 모두를 오로지 군민을 위해 실천하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다시 말해 정조 이산어록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한쪽으로 치우침에서 벗어나고, 싫지만 들어주고, 노엽지만 참아야 하고(극기), 곧은 마음으로 사물을 보고(다스림), 작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절제) 정신을 갖춰야 비로소 섬김의 기본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다. 

황 군수가 지난 4년 동안 공직자 청렴도 분야에서 도내 1위, 전국 7위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군민 앞에 자랑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경영면에서도 군 신청사, 윤봉길체육관 건립 등 무려 1100억이라는 사업비를 투자하면서도 203억 원의 빚을 갚고 ‘채무 제로화’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도 산하 전 공직자들이 ‘섬김 행정’의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선 6기로서는 사실상 마지막일 수도 있는 황 군수의 읍‧면 연두순방도 이웃집 사람들과 동네 사랑방에서 정담을 나누는 듯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연속이었다. 

비록 군 재정이 여의치 못해 군수가 가는 곳마다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현안사업들을 속 시원하게 들어주지는 못했어도 군민들은 마을 구석구석의 문제점들을 꿰뚫어보고 낮은 자세로 다가오는 황 군수에게 원성보다는 위로와 격려의 박수를 쳐 주었다. 

요즈음 전국 지방자치단체들마다 집단 민원에 시달리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축사 신축이나 태양광발전시설 등 소위 기피시설의 신규허가 문제도 황 군수는 적반하장(賊反荷杖)격으로 ‘마을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고 군수에게 해결하라고 하느냐’며 오히려 해당지역 주민들을 질책해도 이를 나무라는 사람이 없을 만큼 ‘섬김 행정’을 바탕으로 다져진 황 군수에 대한 신뢰감이 ‘빚 없는 예산군’을 이루어 낸 것이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