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작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이하 대전문협) 구성원들은 그동안 화합과 상생의 길을 걷기보다는 안팎으로 대립과 갈등을 넘어 분열의 길을 걷는 리더십 부재의 길을 걸어왔다. 더구나 2년 전부터는 아예 양분이 아닌 3분이 된 채 파행의 길을 걸어왔다. 4년 전, 100여 명을 회원에서 제명 처분하고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여왔는데 이번에는 같은 세력이 같은 이유로 양분됐다.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기만 하다. 또 분열을 일삼는 우리 민족의 DNA가 그대로 대전문협을 흔드는 것 같아 속상하다.

대전 문단은 크고 작은 70여 개 문학단체가 존재하고 있다. 작게는 10여 명의 동인부터 크게는 500명이 넘는 단체까지 다양하다. 또 시·소설·수필·아동문학·평론 등 단일 장르의 소박한 모임부터 모든 장르를 포괄적으로 수용하는 단체에 이르기까지 제 각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들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되 작가의 상상력을 빌려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언어예술로 형상화시키는 작품을 진지하게 창작해 왔다.

이들 단체는 대부분 상호 문학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창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며, 회원간 친목도 도모한다. 그럼에도 유독 대전문협만은 20여 년간 서로 반목해 왔다. 이게 다 선거 때문에 비롯된 현상이다. 지회장을 차지해 명예를 얻고, 단체 운영, 잡지 편집 및 출판권, 수상자 선정을 비롯한 제 업무 추진에 전권을 독식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결국 작품 창작과 회원간의 화합과 결속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문단정치’를 하려는 부질없는 욕심 때문이었다.

물론 문학단체는 그 특성상 개성이 존중되고, 추구하는 작품 경향이나 이념 성향이 달라 색깔이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전국적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문학단체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회원들간에 갈등이 고조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 대전 문단의 상황을 살펴봐도 그렇다. 대전문인총연합회, 호서문학회, 국제펜 한국본부 대전위원회, 한국작가회의 대전지부, 문학사랑, 대전시인협회 등은 비교적 잘 운영돼 대전 문단의 중심에 서 있고, 한국문학 발전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대전문협은 분열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일차적으로는 선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깊숙이 살펴보면 지회장의 성향에 문제가 있다. 문학적으로 성숙하고 존경받는 경력 작가가 대전문협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고, 선거 논리에만 급급한 신진들이 표를 모으는 데에만 관심이 있어 그렇다고 본다. 문인들의 지도자가 되려면 문단 어른으로서 여러 덕목을 갖춰야 한다. 문단에는 등단이라는 제도가 있다. 그런데 그 작가가 되는 길은 녹록하지 않았다. 충분한 습작기를 거친 후 작품 속에 삶의 깊이를 더해 메시지를 담은 가작(佳作)을 빚어내는 사람만이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시인·작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은 출판문화의 대중화, 신문·잡지의 양산, 문학단체간의 세력 싸움 등으로 문인을 양산하는 통에 시인·작가 칭호를 받기가 아주 쉬워졌다.

한국 문단에는 어느 날 갑자기 문단에 나와 거의 문학단체를 이끌어보지도 않는 일천한 경력자가 문단 세력에 편승해 작품을 창작하기보다는 문단 통치에만 주안점을 두는 현상이 빈번한데, 바로 이런 전철을 밟는 곳이 대전문협이 아닌가 한다. 신생 문인이 나타나 문단을 장악하는 것이다. 그런 이들일수록 표 모으는 재주가 놀라워 양식을 갖고 창작에만 전념하는 문인들에게 염려를 주어 왔다. 벌써 여러 차례, 작품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짧은 경력의 문인들이 대전문협의 수장이 되기 위해 선거 전략에만 급급했던 걸 바라보면서 필자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작품성이 뛰어나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얻은 문인으로서 묵묵히 오랜 세월 글을 쓰고, 인간성도 넉넉한 이들 중에서 지회장을, 선거가 아닌 추대로 세울 수는 없을까? 그러나 아직은 그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새롭게 구성될 대전문협 집행부에게 서로 화합하고, 글 쓸 마당을 넉넉하게 제공하면서 타 단체와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고 당부하고 싶다. 새 집행부에게는 100여 명의 회원 자격 복원 등 할 일이 태산 같이 쌓여 있다. 필자는 기대를 갖고 2월 11일부터 다시 태어날 대전문협의 출발을 지켜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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