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두교서 보이콧…"백악관 바닥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미국 민주당 일부 의원이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의회 연두교서 발표를 보이콧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티 등 중미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겨냥, 인종주의 논란을 불러일으킨 트럼프 대통령의 '거지소굴'(shithole) 발언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그에 대한 반발 차원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두교서 발표는 하원 본회의장에서 열린다.

현재까지 불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민주당 인사들은 프레데리카 윌슨(플로리다), 존 루이스(조지아), 얼 블루메노이어(오리건),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하원의원 등이다.

이 가운데 윌슨 의원은 29일 CNN 방송 인터뷰에서 "연두교서 발표 현장에 간다는 것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표한다는 것인데, 흑인들과 아프리카 대륙에 대해 혐오스러운 태도를 보인 트럼프 대통령이 예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이어 "그것(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상처가 되는 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바닥 수준으로 끌어내렸다"며 "내가 참석해서 그에 대한 예우를 표할 필요가 없다"고 덧붙였다.

윌슨 의원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순직군인 미망인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입대했다'고 언급한 사실을 폭로, 한바탕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인 인물이다.

루이스 하원의원은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함께 흑인 참정권 운동의 상징인 1965년 앨라배마 셀마 평화 행진을 주도한 대표적인 흑인 민권 운동가로, 최근 방송 인터뷰를 통해 "양심상 도저히 대통령이 연두교서를 읽어내려가는 그 방에 함께 있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시피 민권박물관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에도 "미국의 영혼을 구원하고 나라를 더 낫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이 노력한 것들에 대한 조롱"이라며 행사를 보이콧했다.

이밖에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 원내대표와 다른 여성의원들은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성추행 피해자들과의 연대의식을 표하기 위해 검은 복장 차림으로 참석하는 방식으로 이번 연두교서 발표에 대한 항의 표시를 하기로 했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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