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광고홍보디자인과 교수/전 대전MBC보도국장/뉴스앵커

 

참 이상하다. 대한민국에서 30년 만에 열리는 올림픽이자 동계올림픽으로는 사상 처음인데도 주석(酒席)에서조차 주제로 오르지 않는다. 요즘 텔레비전 방송의 화면 우측 상단에 홀드상태로 개막 카운트다운을 계속 알리고 있는데도. 88올림픽 당시에는 ‘손에 손잡고’라는 올림픽 주제가 콧노래를 불렀고 만나는 사람마다 “금메달 몇 개 딸까?” 하면서 선수 이름까지 외울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평창올림픽은 방송에서 매일 떠들어(?) 대는데도 이상하리만큼 얘기를 꺼내는 사람이 없다. ‘사상 첫 종합 4위’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도 그렇다. 지난주 정현 선수의 테니스 호주오픈 4강, 세계 청소년축구대회도 아닌 아시아대회 결승에 진출한 베트남이 장시간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베트남 감독이 한국인이었지만, 우리나라가 결승전에 진출한 것도 아닌데 위성 중계까지 할 정도였다.

방송국은 프로그램 예고시 ‘많은 시청 바랍니다’라는 클로징 멘트를 한다. 시청자가 방송국 부탁(?)을 들어줄까? 관심이 있으면 텔레비전 앞에 앉아 “칵! 웬 광고가 이렇게 많아!” 짜증까지 내면서 기다린다. 그런데 이번 올림픽은 왜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을까? 서울에서 개최되는 것이 아니라서? 평창 가기가 멀어서? 추워서? 입장권 구하기가 힘들어서? 한 마디로 “ㅋㅋㅋ?” 이번 올림픽이 정치의 도구로 쇼가 지나치다는 애기다. ‘쇼를 하라!’라는 광고 카피도 있었지만 쇼는 재미가 있어야한다. 지난 70년대 ’쇼쇼쇼‘와 ’쇼는 즐거워‘ 프로그램은 즐거웠다. 그런데 이번 평창올림픽은 개막 부터 ‘정치 쇼’가 지나쳐 국민들이 등을 돌리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그럭저럭 통했지만 이제는 국민들의 눈높이가 ‘정치 쇼’에 넘어갈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북한 선수들은 공동입장 한다. (한국선수단 218명, 북한 46명) 시드니와 아테네, 토리노올림픽에 이어 네 번째다. 지난 2002년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동시입장 했다. 개·폐회식에서 개최국이 자국 국기를 포기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지난 15년 전만 해도 남북이산가족 재회 등 분위기로 한반도 통일 소망이 무르익을 때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카피가 이미 70년대에 등장했는데, 바뀐 트렌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올림픽을 활용한 ‘쇼’ 콘티가 진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한 동시입장? 좋다! 그러나, 우리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 애국가 대신 ‘아리랑’? 애국가가 울려퍼질 때의 눈물이 아리랑’과 같을까? 북한 미녀응원단을 보내는 이유가 ‘민족적 화해의 열기로 녹이고 남북관계 개선 분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 한민족임을 확인하고 동포애를 나누는 것에 누가 반대하랴! 그러나 이제는 시선이 바뀌었다.

2008년 북한군의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총격 사망사건을 비롯해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해 사과를 한 적이 없다. 핵 미사일을 수시로 발사하면서 이번 올림픽에는 우리의 참가 구애(?)를 받아들이는 척하면서 예술단까지 파견하는 선물(?)까지. 그러나 현송월 등 대표단은 일체의 연락도 없이 방문날짜를 미루면서 유감 표명도 없었다. ’평창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지?‘라는 압박이 아닐까? 개인 간에도 일이 생기면 사전에 연락하는데 다음 날 와서는 아무 설명도 없는 사람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왜 약속을 안 지켰고, 이유가 무엇이냐?”를 묻지 않았다. 착한 정부? 오히려 와줘서 고맙다는 듯 KTX 열차를 통째로 내 주었다. 서민들은 구경도 못하는 최고급 호텔에서 왕비 모시듯이 스테이크 등 국빈 대접으로 지나친 예우가 논란이 되었다.

여자 아이스하키는 개막을 앞두고 북한선수들을 넣어 급조되었다. 무조건 경기당 북한선수 3명은 뛰게 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우리 선수는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라면에 계란과 파를 넣고 맛있게 끓이니 젓가락만 가져와 먹는 격‘이 아닐까? 어느 장관은 '북한선수 합류로 전력이 보강되었다'라고 했고, 국무총리는 '메달권 종목이 아니다'는 말로 선수들이 흘린 땀방울의 가치를 폄하하기도 하면서 선수들의 인권까지 침해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여론이 좋지 않자 대통령까지 이들 선수들을 찾아가 격려까지 했다. 더욱이, 올림픽 전날 북한의 열병식에 대해 ’북한의 내부적 행사이고 평창올림픽과는 무관하며 우연히 날짜가 겹친 것“이라고 발언한 장관에 대해 북한 대변인 같다는 비아냥도 들렸다.

올림픽 티켓도 잘 팔리지 않아 자치단체들이 대거 구입해 나눠주고 있지만 사양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고 한다. 허튼 ‘쇼’로, 우리가 목표한 종합 4위 달성에 실패한다면 그 화살은 어디로 갈까? 원칙이 통하는 세상! 평창올림픽, 우리의 역사에 무엇을 남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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