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동 대전충남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국장

 

가뜩이나 신뢰를 잃고 있는 지역 언론계가 잇단 악재를 스스로 만들어 내고 있다. 최근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가 스스로 지역 언론의 위상을 땅에 떨어뜨리는 결정을 내려 지역 언론계에서 질타를 받고 있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는 지난 25일 총회를 개최하고 신규 회원사 가입을 신청한 금강일보에 대한 회원사 가입 여부를 논의 끝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부결 결정을 내렸다. 일면 협회 차원에서 신규 회원사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문제가 될 여지는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 내막을 살펴보면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운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그동안 제기됐던 협회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운영이 문제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금강일보의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신규 회원사 가입 문제는 한두 해 논란이 된 문제가 아니다. 이미 7~8년 반복되고 있는 문제다. 매년 기자협회 가입 신청을 하고 있지만 번번이 부결됐다.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금강일보만의 문제도 아니다. 올해는 직접 신청을 하지 않아 논란에서는 빠졌지만 일부 통신사의 신규 회원사 가입 문제도 수년째 가입을 거절당했다. 이들 언론사의 기자협회 가입이 퇴짜를 맞는 동안 신규 지역 언론사 상당수는 기자협회 가입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신규 회원사 가입을 둘러싼 논란이 기자협회 가입 기준이나 원칙이 아닌 일부 기존 회원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들리는 말로는 이번 가입 부결 결정과정에서 제시됐던 근거는 ‘진정성이 없다’, ‘친목이 깨질 수 있다’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주장이 이어졌다고 한다. 이에 앞서 한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회사 차원에서 기자협회 회원사 가입을 막으라는 지시까지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는 심각한 신뢰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기자협회는 언론보도의 자유를 지키고, 회원사간 상호 교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단체다.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있다.

하지만 최근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는 출입처 기자단 문제를 비롯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규 회원사 가입 문제 등으로 이런 역사와 전통을 스스로 허물어뜨리고 있다. 그 신뢰 하락의 배경이 기자들의 언론자유를 지키는 목적이 아닌 언론사의 이해관계에 의해 번번이 담합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면 심각한 내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봐야 한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가 역사와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특혜로 비쳐질 수 있는 회원사만의 권리를 지키는데 집중해서는 안 된다. 기자협회의 설립 취지를 존중하고 이를 지키려는 지역 언론사에 문호를 개방하는 데 주저해서도 안 된다. 특히 지역언론이 난립하고 있는 상황에 신규 회원사 가입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신규 언론과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보다 세밀한 가입 기준을 만들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자들에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자체 윤리 규정을 위반한 기존 회원사에 대한 징계도 강화해야 한다. 스스로 언론윤리를 위반하고, 기자협회의 위신을 추락시킨 언론사, 소속 기자협회에 대해 별다른 조치 없이 어물쩍 넘어가는 모습은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는 최근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는 지역 언론의 저널리즘 위축과 신뢰 하락 등에 대응해 언론자유 확대와 언론윤리가 제대로 지켜지도록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지역 기자들이 제대로 된 취재 환경과 사주 및 경영진으로부터의 부당한 취재 지시, 보도 업무 외의 부당한 업무(광고 영업 등)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기자들의 권리 보호에 적극 나서는 게 먼저다.

가뜩이나 지역언론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지역민의 외면이 심각한 상황이다. 대전세종충남기자협회의 이 같은 행태는 지역 언론의 신뢰를 더욱 추락시킬 뿐이다. 실추된 협회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운영방식 개선에 나서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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