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행정기능 중심의 자족도시,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지는 쾌적한 친환경도시… 인간존중도시를 만들겠다.”

중앙집권적 사회구조를 근본적으로 혁신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은, 대한민국역사의 한 획을 긋는 행복도시 건설 기공식 자리다.

지난 2007년 7월 20일 오전 10시.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 행정타운 부지에서 열린 기공식에서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대 국민 약속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날 전국의 흙을 모두 모아 합쳤다. 이 흙은 골고루 섞은 뒤 다시 전국의 각 지역으로 되돌아가져갔다. 국가 균형발전의 이미지를 담은 퍼포먼스다.

이로부터 10년 6개월 뒤 지난 1일 오후. 행복도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

“행정수도를 계획할 때 원수산에 올라 청와대와 정부부처가 들어설 자리를 살펴보며 가슴 벅찼던 기억이 새롭다”고 회고한 문재인 대통령.

문 대통령은 “세종시에는 국가의 꿈이 담겨있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날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에서 정부는 ‘지역이 강한 나라, 균형 잡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속한 이전을 약속하는 등 대 국민 선포식을 가졌다.

그렇다. 이날 문대통령은 ‘그날’을 떠올리며 숱한 감회와 감동으로 벅찼을 것이다.

친구이자 대통령으로 섬긴 노(盧) 대통령은 당시 허허벌판에서 기공식을 가졌었다. 그날은 한 여름의 뜨거운 햇살,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논밭뿐이었다.

11년 전의 그 자리, 친구 대통령이 ‘인간존중도시 국가균형발전을 선포하고 추구했던 역사의 그 현장에서 또 한 번의 다짐이 선포됐다.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행복도시 건설 2기에 들어선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이라는 대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인구 8만 여명에서 30만 명의 인구 급증이 증명하듯이 정주도시로 완전 탈바꿈 됐다. 균형발전도시 정책의 롤 모델로 자리 매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이날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했다. 선포식장의 개최지 세종시, 행정수도의 당연한 의지표명 기대감이 빗나갔다.

자유한국당 세종시당은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행정수도 개헌’ 외면에 세종시민은 크게 실망했다”고 일갈했다.

슬그머니 ‘행정수도 개헌’이란 구호를 내팽기고 ‘지방분권 개헌’을 외쳐댈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이다.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정략적 대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속사정을 들여다보자. 더불어민주당은 개헌 당론을 결정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열고 행정수도 조항을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행정수도 신설 조항에 “행정수도는 세종시로 한다”는 명문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행정수도 개헌을 염원해 온 세종시민들은 물론 충청권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당론이 녹아있다.

11여 년 전, 허허벌판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행정기능 중심의 자족도시…’를 외쳤던 기공식 그 자리.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보다 더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선포한 노(盧)의 친구 문 대통령. 이보다 더 확실한 의지표명이 필요할까?

그 완성의 끝은 ‘세종시=행정수도’ 완성임에 틀림없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