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공공의 적’이라고 할 만하다. 지역의 대표 문화예술기관이라는 대전문화재단이 각종 구설과 논란에 대처하는 태도를 보면, 그리 과한 말도 아니다. 문화재단은 현재 재단의 발전을 위해 여기저기서 던진 뼈아픈 직언을 애써 무시하고 눈과 귀를 닫고 있다. 스스로 고립 신세를 자처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춘아호가 출항하고 지금까지 문화재단이 중심이 된 논란은 행정상의 실수 또는 착오, 각종 소송 등 열 손가락이 모자랄 만큼 많았다. 그때마다 문화재단은 공식적인 사과 한 마디 없이 유아무야 넘기거나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미숙한 대처로 논란을 덮기에 급급했다. 대전시가 이춘아 대표이사를 임명할 당시 “문화재단의 대내외 현안을 소통과 화합으로 추진할 적임자”라고 밝힌 변이 참으로 무색하다.

논란에 무책임한 문화재단의 한결같은 태도는 결국 지역 문화예술계가 등을 돌린 결정적인 이유가 돼버렸다. 문화재단 출범 후, 지난 9년 동안 이렇게 ‘불통의 재단’인 적도 없었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평이다. 재단 내부 직원들과의 소통의 문제는 물론이고, 부당해고 등 인사와 관련한 미숙한 행정처리, 국제적인 행사에서 서류조작이 들통나 전국적인 망신살을 살 때까지 문화재단이 왜 공식적인 입장 하나 밝히지 않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참다 못한 대전문화연대가 최근 성명서를 통해 문화재단에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지만 이 역시도 재단은 불통으로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렇게 일관된(?) 문화재단의 모습에 대전예총과 민예총도 이춘아 대표이사의 책임을 묻고,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한다. 문화재단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지역 대다수 문화예술단체의 화살 끝이 문화재단으로 향해 있다는 뜻이다. 방향성의 차이에 따라 둘로 나눠 활동하는 대전예총과 대전민예총마저도 하나로 통합시킨 것이 이 대표가 가진 ‘화합의 능력’일까.

직원 부당해고 건으로 소송에서 패하고 직원들이 전원 복직했을 때, 이춘아 대표는 기자들에게 “내 자식 또래의 직원들 일이어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개인이 아닌 문화재단의 입장에선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항소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배를 타고 있던 선원이 떨어지자 배 위로 다시 올려놓고는, 또 다시 물속으로 밀어버릴 수밖에 없다는 그의 말을 어디까지 신뢰해야 할까. 각종 논란도 직원 개인의 실수로 무마시킨 문제가 허다하다.

문제는 신뢰다. 문화재단은 이미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공공의 적’으로 남을 것인지, 책임 있는 모습으로 신뢰를 되찾을 것인지는 문화재단의 선택에 달렸다. 실수가 반복되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닌 법이다. 딱 거기까지가 이춘아호의 실력인 것이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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