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의 예술행정,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계의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출범한 대전문화재단이 내년이면 창립 10년을 맞는다. 예부터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문화재단은 변화와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추진하는 정책은 편파성 논란을 빚기 일쑤고 내부 구성원들은 여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분위기가 읽힌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문화연대가 문화재단의 무책임 경영을 지적, 책임론을 제기하며 나섰고 대전예총과 민예총 등 예술단체도 성명을 통해 운영진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등 더 이상 주먹구구식 행정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재단의 지난 9년을 되짚어보고 ‘시민 문화향유 허브’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단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上. 창립 9년, 대전문화재단 논란사(史)
下. ‘시민 문화향유의 허브’로 다시 태어나자
창립 10년을 앞둔 문화재단에 대한 혁신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문화재단을 둘러싼 문제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문화예술 전체의 위기로 느껴지고 있어서다. 출범 9년을 맞은 문화재단은 현재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보단 질책의 말을 더 많이 듣고 있는 실정이다. 내·외부에서 끊임없는 잡음과 의혹이 돌출되고 있어서다. 이런 반응들은 전임 대표시절과 묘한 데자뷔를 이룬다. 그 때도 현장에선 “결국 터질 게 터졌다”, “이렇게 해서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나 있겠나”라는 우려를 했지만 그 이후에도 변한 건 없었다.
문화재단을 둘러싼 논란에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한 전임 대표의 후임으로 시는 “지역문화예술계에서 오랜 기간 경험과 연구를 통해 지역문화예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성을 갖췄고 여성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으로 문화재단 대내·외 현안사항을 소통과 화합으로 추진할 적임자”라고 판단, 지금의 대표를 새 수장에 임명했다. 이때도 지역 문화예술계의 걱정이 있긴 했지만 일단 지켜보자는 판단이 많았다.
그러나 임명 당시의 우려가 현실이 되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문화재단이 추진하는 정책마다 편파성, 공정성 논란에 휩싸였고 위기 앞에 단일대오로 대응해야 할 내부 구성원들은 잦은 갈등을 일으키며 오히려 화를 자초했다. 그 어느 때보다 문화재단은 ‘불통’의 재단으로 원성을 샀다. 2년 전 재단이 왜 위기를 맞았는지 금세 잊어버린 거다. 그럼에도 파문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6년 한 해에만 사소한 행정실수를 남발하면서 20여 건의 감사를 받았다. 또 지난해에는 직원채용 과정에서 각종 의혹을 받아 논란이 일더니 국제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조차 매끄럽지 못함은 물론이고 심사 관련 서류까지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전국적으로 망신살을 사는 등 그동안 문화재단은 제대로 된 문화행정을 펼칠 겨를이 없었다.
문제는 지난 9년 역사에서 논란의 주제들이 거의 같은 유형이라는 거다. 이는 같은 실수를 10년 가까이 되풀이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역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거의 보면 지난해 비판을 받았던 게 또 도마에 오르는 일이 반복된다.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 잘못이라고 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라고 씁쓸해했다. 발전과 정체의 기로 앞에 선 문화재단이 시민의 문화적 욕구를 어느 정도 충족시켰는가에 대해 엄정한 평가를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