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덕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에서는 금융위원장과 법무장관이 폐쇄 검토 이야기를 꺼냈다가 슬그머니 후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경제부총리는 단정적으로 답변하기가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일자리에 대한 희망도, 잘 살 수 있다는 꿈과 기대도 갖기 힘든 청년 세대들은 가상화폐 규제가 자신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는 거라고 반발하며 규제 철회를 요구하는 국민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안타깝게도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젊은이가 결국 목숨까지 끊는 일이 벌어졌다. 일부 정치권과 언론들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놓고 현 정부에 대해 아마추어 정권이라며 날을 세우며 정쟁거리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안타까움만 더하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기술과 사회의 근본적 변화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가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안타까운 마음과 무거운 책임감에서 가상화폐와 관련된 논의들을 중심으로 미래사회의 변화와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해 몇 회에 걸쳐 이야기를 진행해 보고자 한다. 우선 현재 가상화폐는 화폐인가 하는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아니다. 왜냐하면 화폐는 가치의 척도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불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이미 지불수단으로,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검증돼 가고 있으며, 불안정성이 수렴되는 미래의 초연결 사회에서는 이야기가 다를 수 있다. 스마트폰을 매개로 하나로 연결된 사회에서는 현재와는 분명 다른 가치지불과 교환수단으로서의 가상화폐가 분명 화폐가 될 수 있다.

최근에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매해 본 적이 있는가? 쇼핑몰마다 요구하는 회원가입과 어려운 비밀번호 설정, 공인인증서, 카드결제를 위한 각종 보안프로그램 설치, 본인인증 절차, 복잡한 카드결제 등으로 중간에 쇼핑을 포기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간단한 장부 하나를 토대로 돈이 옮겨가고 그 기록을 제3의 신뢰 주체가 아닌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드들이 검증해 누구나 쉽게 세상과 연결하여 필요한 것을 구입하고 가치를 교환할 수 있는 세상. 가상화폐에 대한 열풍은 어쩌면 대기업의 자금줄인 카드, 은행, 그리고 각종 인터넷 규제와 관행들이 절대 미래가 될 수 없다는 믿음이 만들어 낸 현실은 아닐까? 기득권에 안주해서 지금의 불편함을 묻어둔 채 미래를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면, 그들에게 가상화폐는 그저 해가 뜨면 사라질 수 있는 안개와도 같은 신기루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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