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봉 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문희봉 시인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이하 대전문협) 새 집행부가 오는 11일 업무를 개시한다. 제15대 지회장 후보 등록 마감 결과, 단독 후보가 출마해 투표 없이 집행부를 구성되게 됐다. 그렇게 될 바엔 추대 형식을 밟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선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제15대 지회장 당선인은 미래지향적 사업 추진을 통해 대전문협 회원들이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시내버스 승강장 및 지하철 스크린 도어 시화(詩畵) 게첩 사업을 확대 추진하고, 시민공감예술제의 대전문협 부스 운영 예산을 확보함과 동시에 연 1회 대전시와 공동기획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사화집(詞華集)을 발간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또 대전여성문학상을 제정해 여류작가들의 창작의욕 고취와 문학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 대전문학 아카데미를 신설하며, 기존 사업도 계승 발전시켜 명실상부한 회원을 위한 대전문협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세부적으로는 계간 ‘대전문학’의 지면 확대, ‘대전문학연구총서’의 지속 발간, 한밭전국백일장 상훈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으로 승격시키고, 연 2회 대전문학축제를 개최함과 동시에 금강일보문학상, MG문학상 시상금 확대를 추진하고, 운영자문위원회 활성화로 대전문협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이런 와중에 대전문협의 앞날을 걱정하는 글을 읽었다. 읽고 나니 걱정해주는 것인지 대전문협을 폄하하는 것인지 헷갈린다. 신생 문인이 나타나 문단을 장악한다는 투의 걱정으로 들린다. 그런 이들일수록 표 모으는 재주가 놀라워 양식을 갖고 창작에만 전념하는 문인들에게 염려를 주어 왔단다. 인품도, 작품도 아직 검증되지 않은 짧은 경력의 문인들이 대전문협의 수장이 되기 위해 선거 전략에만 급급했단다. 그래서 안타까웠단다. 분열을 일삼는 우리 민족의 DNA가 그대로 대전문협을 흔드는 것 같단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다.

비록 문단 경력은 좀 짧다 하더라도 전국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지역 원로 문인들로부터 작품성과 인간성을 인정받고, 세대교체(여기서 세대교체는 연령적인 세대교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로 대전문단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자 하는 염원으로 지금까지의 반목과 질시와 대립과 갈등을 넘어 화합의 길을 걸어가고자 출사표를 던졌던 지도자이기에 필자는 앞으로 잘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다. 대전문협의 미래는 밝다. 아니 밝을 수밖에 없다.

4년 전 100여 명을 제명 처분하고 자기들만의 잔치를 벌여 왔다는데 필자는 거기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회원이라 하면 회원의 권리 요구에 앞서 의무 이행이 우선돼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다. 제명된 회원들은 3만 원인 연회비를 10년 이상 납부하지 않은 회원들이었고, 게다가 10년 이상 대전문협 기관지인 ‘대전문학’에 원고 한 번 내지 않은 회원들이었다. 그것도 그냥 제명한 것이 아니다. 대전문협을 걱정하는 사람들과 공동으로 대표단을 구성해 문협 정관도 수정하고, 앞으로 화합을 위한 수순을 밟아나가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단행한 것이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도 계속 의무 이행을 하지 않자 해당 회원들에게 여섯 차례에 걸쳐 의무 이행 촉구서를 공문으로 발송했다. 그때마다 그분들은 거기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었다. 제명 절차가 완결된 후 해당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없다. 유독 몇몇 분이 회비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새 출발하자는 얘기만 거듭 제기했다. 그렇게 할 경우 지금까지 꼬박꼬박 회비를 내주신 분들이 항의를 한다면 그분들을 잠재울 만한 명분이 없었다.

지도자가 되려면 문단 어른으로서 여러 덕목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지회장이 되면 명예를 얻고, 지회 운영, 잡지 편집 및 출판권, 수상자 선정 등 제반 업무 추진에 전권을 독식하려는 데서 반목과 질시가 지속돼 왔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못한다. 필자는 그분께 대전문협이 앞으로 더 화합하고, 글 쓸 마당을 넉넉하게 제공하며, 타 단체와의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측면에서 충정 어린 리더십을 발휘해 줄 것을 당부한다.
대전문협의 앞날은 밝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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