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민 대전 둔산경찰서 갈마지구대 순경

 

해마다 2월이 되면 졸업식에 대한 아쉬움과 새로운 학년에 대한 설렘이 공존한다. 그 이면에는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에 대한 두려움과 진학에 따른 학우들 간 서열 정리로 학교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 중에서도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는 선배가 후배에게 폭력성을 행사함에도, 장난이나 축하라는 미명 하에 번번이 자행돼 왔다.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도록 평소보다 조금 더 집중적으로 학교주변 순찰을 하던 중이었다. 학교정문에 걸려있는 졸업식 현수막을 보면서 잠시 순찰차를 멈추게 됐다. 운동장과 교정을 거닐며 혹시나 학생들이 일탈행위를 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던 중 옛날 나의 졸업식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시절 졸업식이 전부 기억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강렬한 몇몇의 장면들은 뇌리에 각인됐고 이따금 상기할 수 있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추억 속 졸업식은 교실 가운데 청동으로 된 난로에 왕겨를 압축시켜 장작형태로 만든 연료인 왕겨탄을 태우는 것이 첫 장면이다. 친구들끼리 조를 나누고 구역을 정해 교실을 청소한 생각이 난다. 난로를 피워 따뜻해진 교실에 부모님들을 오시면 선생님과 함께 풍금반주에 맞추어 졸업식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순수했던 시절이라 눈물을 찔끔 흘리는 친구들도 있었다. 졸업하면 못 보는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아쉬움 반, 진학할 학교에 대한 설레는 눈물이 반이었던 것 같다. 졸업식이 끝나면 학교 운동장에서 한손엔 꽃다발을 들고 졸업앨범을 옆구리에 끼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부모님을 졸라 중국집에 들러 자장면을 먹었다. 그 당시 자장면은 돈가스에 버금가는 생일이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는 고급 음식 중 하나였다. 추억 속 나의 졸업식은 사진, 눈물, 자장면이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폭력적이고 잔인하며 도를 넘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장난처럼 자행된 강압적 뒤풀이 행위가 심할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처벌이 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옷을 벗기거나 그로 인해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알몸 상태로 단체 기합을 주는 행위는 강제추행죄나 강요죄에 해당된다. 또한 알몸 상태 모습을 휴대폰·카메라로 촬영·배포하는 행위는 성폭력범죄처벌등에관한특레법 제14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에 해당된다. 이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졸업식 뒤풀이 재료 준비 등 명목으로 돈을 빼앗는 행위, 신체에 밀가루를 뿌리거나 달걀 등을 던지는 행위는 각각 공갈죄나 폭행죄에 해당될 수 있다.

이렇듯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는 선배들이 후배에게 하는 장난이나 놀이를 넘어 범죄가 될 수도, 학교폭력이 될 수도 있다. 부디 변질된 폭력적 졸업식 문화에서 건전하고 발전적인 졸업식 문화로 조속히 자리매김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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