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예술행정' 초심 어디갔나

민간 주도의 예술행정,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계의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부푼 기대를 안고 출범한 대전문화재단이 내년이면 창립 10년을 맞는다. 예부터 ‘10년이 지나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문화재단은 변화와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에 직면했다. 추진하는 정책은 편파성 논란을 빚기 일쑤고 내부 구성원들은 여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분위기가 읽힌다.

지역 문화예술계는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문화연대가 문화재단의 무책임 경영을 지적, 책임론을 제기하며 나섰고 대전예총과 민예총 등 예술단체도 성명을 통해 운영진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등 더 이상 주먹구구식 행정을 두고만 볼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화재단의 지난 9년을 되짚어보고 ‘시민 문화향유 허브’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진단한다. 편집자
 

<글 싣는 순서>
上. 창립 9년, 대전문화재단 논란사(史)<2월 4일자 기사보기>
下. ‘시민 문화향유의 허브’로 다시 태어나자

 

공공기관이라면 비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숙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버리고 만다. 비록 대전시 출연기관이라지만 대전문화재단도 예외는 없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그 예외가 되려는 모양이다. 대전문화연대가 문화재단의 무책임 경영을 질타하며 성명을 발표한 후 지역 문화예술단체들도 지난 5일 경영진 퇴진을 공식화하고 쇄신과 혁신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불통은 여전했다.

문화재단은 시민과 문화예술인에게 ‘송구’하다고 했지만 내부에선 이번 성명이 “문화예술단체들의 아니면 말고 식의 주관적 잣대와 일방적인 입장이 담겼다”고 방어태세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 데 모은 의견을 “내 뜻과 다르다”는 이유로 배격하고 나선 거다.

더군다나 간부급 한 인사는 자신의 SNS에 이번 성명을 발표한 문화예술단체를 ‘이익집단’, ‘적폐’ 로 암시하는듯한 표현을 하며 성명 내용을 부정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오히려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에선 문화재단이 “이렇게까지 생각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느끼는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다. 어떤 방식이든 문화재단의 미래를 생각해서 풀어나가 보려는 의도로 낸 문화예술인들의 충고가 한낱 헌 신 버리듯 버려졌다는 생각에서다.

성명에 동참했던 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는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전체 의견을 이런 식으로 매도할 수가 있나. 정말 수준 이하다. 현 경영진 퇴진만이 답이라는 확신이 섰다”며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화재단은 관련 글들이 사견일 뿐이라며 사태 수습을 위해 주력하고 있지만 이미 돌아선 문화예술계를 다시 돌려세우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이렇게 된 이상 현 경영진이 이끄는 문화재단으로는 ‘시민 문화 향유의 허브’라는 우리 공동의 목표를 함께하는 건 어렵지 않겠나”라며 “문화재단 경영진이 조직쇄신을 위해 마지막 지혜의 결단을 내려주길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끝>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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