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교총회장/한밭대 교수

 

4차산업 시대가 코앞에 왔다. 공장의 생산 라인은 물론, 자동차나 가전, 일상 생활용품에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탑재돼 사람의 의사결정을 일정부분 대체할 것이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통해 인공지능 시대의 서막이 울렸고, 여기저기에서 자율주행자동차, 무인택시, 무인택배 서비스가 실시되고, 비서로봇이 실생활에 등장하고 있다.

지금 고등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10년 이내에 현재의 직업 중 절반이상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탄생할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정보화 사회는 컴퓨터, 정보통신, 반도체 등 정보화 관련 학문분야가 모든 산업을 주도해 컴퓨터와 인터넷에 기반한 지식과 정보의 보편화를 이뤘다면 4차산업 혁명 시대는 기존의 모든 산업 및 생활분야에 인공지능(AI)이 융·복합적으로 작동해 새로운 혁신을 이룰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효용을 높이기 위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싱 및 제어, 자동화, 신소재 등 기반기술과 융·복합이 강화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창의력에 기반한 소프트웨어(SW) 기술이 혁신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의 생각을 컴퓨터에 구현하는 언어와 프로그래밍을 학습하는 코딩(Coding)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금년부터 중학교에서 코딩교육을 시작했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초등학교 단계부터 시행해 온 영국이나 북유럽 선진국에 비하면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교육부는 금년부터 4차산업혁명 혁신선도 대학지원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신산업 분야인 인공지능을 비롯해 뇌과학, 핵융합, 양자컴퓨터, 자율주행차, 우주발사체, 휴머노이드로봇, 가상현실, 웨어러블 기기, 헬스케어·바이오 등에서 한 분야를 선택하고 관련 학과는 교육과정, 교육환경, 교육방법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혁신의 목표는 융합지식과 4C(비판적 사고, 소통, 창의력, 협업) 능력을 갖춘 문제 해결형 학습자 주도의 인재양성이며, 교육방법은 온라인 공개강좌를 통한 온·오프라인 연계 교육,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수업(PBL) 등 혁신적 수업방법을 요구한다. 또 학생의 생각을 직접 구현해 볼 수 있도록 공동작업실 형태의 메이커스페이스를 구축하고, 학사제도를 유연화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혁신적 변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추진과정에 미흡한 점도 예견된다.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대학내 학사제도, 실험실습 환경개선, 학과간 융·복합적 협업 등을 위해 엄청난 예산과 협력이 필요한데 현재 1개교에 1개의 프로그램만 선정해 운영하면 학사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기도 어렵고 10억 원 내외를 지원예산으로 공동작업실을 구축하기 어렵다. 또 현재 제시된 신산업분야는 연구중심 대학에서 추진할 수 있는 원천 연구분야로 설정돼 있어 교육중심대학에서 추진할 수 있는 응용산업 분야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대학의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는 대학 전체 학과를 대상으로 시범대학 차원의 사업으로 확대 시행하고 이를 모든 대학에 확산 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연구중심대학과 교육중심대학을 구분해 신산업의 핵심기술인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의 엔진기술, 프랫폼 개발은 연구중심 대학과 국책 연구소에서 하고, 실 산업에 응용하는 모든 산업부문의 활용기술은 교육중심대학으로 구분하면 전 산업분야로의 확산속도를 높일 수 있다.

학부교육 중심의 대표적인 혁신교육모형은 미국의 올린공대를 들 수 있다. 학생중심의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수업의 80%는 프로젝트 중심의 팀별 실습(PBL)으로 구성되며, 프로젝트 팀에는 전공과 학년의 구분이 없이 참여한다. 프로젝트 지도교수의 지도에 따라 기초 및 이론을 수강하며, 프로젝트 운영시, 관련 산업체 전문가가 참여하며, 산업체 경력이 풍부한 교수를 임용해 서포터 역할을 하도록 한다.

학생의 90%가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공동 작업실을 통해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훈련을 한다. 졸업생의 20%가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며, 많은 학생이 청년창업을 하는 강소 혁신대학이다. 우리도 연구와 교육중심을 구분하고 연구중심은 원천기술 연구에 매진하고, 산업인력은 올린공대와 같은 학부중심의 강소 혁신대학을 키워 창의력, 융복합 협업능력이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여 4차산업 시대를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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