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은 만년고 교사

 

선생님, 국수 먹여주세요~!
20대 후반부터 학급 아이들의 소원은 노(?)처녀 담임선생님의 결혼이었다. 그리고, 그 선생님은 어느새 엄마가 됐다.

신규교사로 발령났을 때 선배 교사들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봐야 학생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말인지 체감하지 못했었다. 그저 열정과 포부만으로 학생들이 계획에 충분히 잘 따라와 줄 것이고, 하는 만큼 학생들에게 모두 전달될 것이라 확신했다.

하루하루의 수업을 위해 학습지를 만들며 밤새기도 허다했고, 마트에서 간식을 사다가 일일이 포장하기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물론 그 때의 열정을 지금 교단에서 불태우기에는 시간도 없고, 체력도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자녀 뒤치다꺼리 하느라 예쁘게 꾸미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정신없이 육아, 살림과 교직을 병행하는 현재의 내가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의 깨달음일 수도 있지만, ‘저 아이들도 각자의 가정에서는 정말 소중한 존재이겠구나’라는 생각이 새롭게 들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내 속에서 낳은 자식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나를 속상하게 하면 어떡하지? 라는 우려를 직접 경험하게 되면서부터 학생들에게 대는 잣대가 느슨해지고 너그러워졌다고나 할까.

과거에는 다시 지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또 지각하는 학생을 나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해 실망하기도 하고, 나의 공부법, 나의 노하우가 아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하여 학생들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무기력한 학생도, 밖으로만 도는 학생도, 반 줄다리기에서 친구들 모두 열심히 하는데 혼자만 줄을 놓아 버리는 학생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이제는 중심을 내게서 학생들에게로 옮겨 놓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학생들을 조금 더 봐 주고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할 것 같다.

신규 때에는 나중에 아줌마가 되고 연예인 이름을 몰라도 아이들과 대화가 될까. 그리고 할머니 선생님이 되어도 교단에 계속 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물론 그 고민은 아직도 유효하지만, 엄마가 되고 나니 교사의 역할과 위치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바뀐다.

여전히 교단은 힘들다. 신규교사의 열정과 포부로도, 원로교사의 노련함으로도 제각기 다른 학생들의 다양함을 모두 수용하고 통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친구같은 선생님으로 인기를 누릴 수는 없지만 아줌마 선생님으로서 편안함과 원숙함으로 아이들을 품어주고 싶다. 학생들을 소중한 개인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임을 마음속에 늘 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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