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인석 수필가

지난날 국민들의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들이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고, 또 새누리당을 배신하고, 소속 당을 깬 사람들도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다. 가장 현명하다고 자처하던 사람들의 처사가 가장 어리석었다.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국회에서 같은 당 출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고 밖으로 나가 바른정당을 창당했던 주역들이다. 굳이 핵심 인물들을 거명하지 않아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단순한 해당행위 차원을 넘어 지지했던 국민들에 대한 배신행위이고, 나아가 국가에 대한 배반행위다. 국가의 통치권력을 빼앗은 국민의 판단은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은 당장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혈세로 유치한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으로 뒤바뀌었다. 3수를 거쳐 어렵게 유치한 올림픽이 북한의 마당놀이가 됐다. 우리 정부가 현실성 없는 이상적 명분에 매달려 국내·외적으로 갈등에 휘말리고 있다. 군인 15만 명과 민간인 37만 명을 죽게 한 6·25 남침전쟁의 원흉인 김일성 일가의 후손들을 끌어들여 칙사 대접하며, 공산주의 세습독재의 선전장이 되고 있다. 핵폭탄 도발 위협에 세계가 경계하는 위험국에 의해 압박·포위당하고 있는 가운데, 평창올림픽을 기회로 위기를 탈출해 보려는 북한의 의도에 우리 정부가 굽실거리며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평창올림픽에 참가하는 북한 선수단에 29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한다고 한다. 북측 사람들의 숙식비부터, 교통비, 각종 부대비용까지 모두 대한민국 국민들의 혈세로 대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은 “올림픽이 끝난 후로 미뤄진 한·미 군사훈련을 재개할 경우 한반도엔 파국이 올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니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지난 7일 북측 연예인들을 실은 만경봉호가 도착할 때 묵호항에서 열린 태극기 집회에 대해 북측 언론은 “우리 예술단 면전에서 천추에 용납 못할, 떨리는 동족대결 광대극을 벌여놓았다”, “최고의 존엄을 감히 모독하고 공화국기와 통일기(한반도기)를 불태우는 극악무도한 만행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기막힌 현실을 누가 자초했나. 바로 전 새누리당에 속했던 국회의원들이다. 지금은 야당(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이 돼 여당(더불어민주당)의 잘못에 항의도 한다지만, 아무도 들어주는 사람 없는 마이동풍(馬耳東風)격 소리치기뿐이다. 귀담아 들어주는 사람 없는 말은 ‘개소리’에 불과하다.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조소나 빈축만 자초하고 있다. 한국당이 국민들의 마음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 탄핵 때 동조했던 의원들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심정으로 지지했던 국민들을 향해 진솔하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지금도 한국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대승적인 차원의 소견(所見)을 넘지 못한 채, 어물쩍 지방선거를 맞고 있다.

표심은 이미 이반돼 있다. 어제의 여당이 오늘의 야당으로 전락한 이유다. 지난날 새누리당은 계파싸움에 매몰돼 국민이 위임해준 정권을 빼앗겼다. 야속하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더욱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괘씸하다. 새누리당이 한국당으로 이름을 바꿨다고 구성원들이 바뀐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박에다 페인트칠만 해서 수박인 것처럼 국민들을 속이려는 교활함만 드러낸 꼴이다. 하루속히 한국당과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난날 자신들을 지지했던 국민들에게 새누리당 시절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 그것이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지름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국당 소속 지방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한국당 당적으론 당선 가능성이 약하다는 계산 때문으로, 양지쪽만 찾아다니는 교활한 기회주의적 처신이다. 이제 표심도 새로워져야 한다. 선출직 공직자가 되려면 최소한의 정직성, 성실성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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