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이슈 브리핑’은 한 주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이슈들을 모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는 무엇인지, 그들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상이 펼쳐집니다.

 

<2월 2주차 브리핑>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특검팀에 구속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연합뉴스

홀딱 벗은 법원 … 부끄러움은 왜 국민 몫인가

-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2심 판결이 집행유예로 결론 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모든 사회․경제․문화적 지표가 이미 선진국의 반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이지만 오로지 사법 현실만은 지금으로부터 딱 30년 전 한 탈옥수가 외친 “유전무죄, 무전유죄” 시절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들의 입에서 “법원이 돈과 권력 앞에 홀딱 벗었다”는 탄식이 터져 나올 정도이니….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 OECD 42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 수준은 39위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 아래로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딱 세 나라만 있을 뿐이다. 한국 국민의 27%만이 “사법부를 신뢰한다”고 답했다. OECD 평균이 54%인 점을 감안하면 대한민국 국민이 사법부에 보내는 신뢰는 참담한 수준이다. 그만큼 국민 절대다수가 사법부를 정의와 동떨어진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 이번 이재용에 대한 판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2심을 담당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이 무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을 뇌물을 건넨 공여자가 아니라 최고권력자인 대통령의 겁박에 의해 돈을 뜯긴 피해자로 판단했다. 특히 승마지원 후 국민연금공단까지 동원된 정부차원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받았음에도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은 점과 문형표, 홍완선 등 다른 재판에서 모두 유죄의 증거로 채택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점은 이례적인 판결로 법원 안팎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 이번 판결에 대한 후폭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선 시민사회에서는 다시 한번 촛불을 들자는 이야기까지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다. 참여연대 등 13개 시민단체는 8일 법원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경유착 공범인 이 부회장에게 면죄부를 준 사상 최악의 판결”이라며 “이번 주말 광화문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국민적 분노를 모아가겠다”고 밝혔다. .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58.9%가 이번 판결에 대해 “공감가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다 격렬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견제 없는 절대 권력. 돈법부 (kuma)”, “판결문 보면 판사가 아니라 삼성측 변호인이더만 (아스테라프)”, “또 하나의 가축 (v13m)”, “라면 훔친 20대 ‘징역 10개월’ 때려놓고 ‘36억’ 뇌물 이재용은 풀어줘 (켠김에 왕까지)”, “큰 물고기만 빠져나갈 수 있는 촘촘한 그물 (스)”, “정의가 실종된 나라 (도미너스)”, “돈 앞에서는 법따위! (앗티수터)”, “쌍팔년도식 판결을 세계가 다 지켜보는 21세기에 버젓이 해대니 (TheAlfee디 알피)”, “인공지능으로 대체해야할 직업 1순위, 판사. 기계는 돈 있다고 봐주고 하지 않을 테니까 (평생솔로)”, “죄에 따라서 형을 내린다(X) 형을 정하고 죄를 조정한다(O) 법원 입구에 적힌 문구는 자유 평등 정의 (롬 스톨)”, “적폐라는게 쉽지는 않을꺼란걸 알았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미역메소)” 등등 댓글을 통해 사법부에 대한 절망과 좌절감을 쏟아내고 있었다.

- 외신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를 전하며 “한국사회의 개혁에도 불구하고 변화가 없었다”고 촌평했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역시 7일 사설을 통해 “한국 사법부가 재벌기업에 특혜를 제공하던 과거로 돌아갈 우려가 있다”며 역대 회장들의 사면사례를 거론하는 등 우려를 나타냈다. 반면 국내 언론들은 대체로 “이재용의 복귀로 리더십을 회복한 삼성의 밝은 미래가 점쳐진다”며 앞다퉈 장밋빛 전망들을 쏟아내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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