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공학과 교수(산학협력단장)

 

지속적인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출근 전 주차장에서 워밍업을 오래하는 운전자들을 제법 볼 수 있다. 사람도 운동 전에 준비운동을 해야 부상 위험도 줄고 몸에 무리가 덜 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온이 낮은 겨울철엔 자동차도 난기운전 즉 아이들링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동차의 난기운전 시간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다. 1~2분이 적당하다, 혹은 5분 이상 냉각수 온도계가 정상부근까지 상승할 정도로 길게 해줘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다. 요즘은 엔진제어 성능이 좋아져서 지하주차장의 경우 한겨울에도 엔진만 워밍업 하는 데는 1분 미만이면 충분하다. 문제는 엔진만으로 차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서 기타 구동계통이 제대로 작동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

따라서 워밍업 하는 동안 자동변속기를 중립에 놓는 것도 요령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출발 직후에 여름철처럼 가속을 하면 차에 무리가 따른다는 것이다. 출발한 뒤 약 10분 정도는 천천히 속도를 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출발 직후에는 급가속을 하려 해도 차가 잘나가지 않는다. 엔진은 정상적인 컨디션이라고 해도, 변속기가 워밍업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무리하게 가속페달을 밟게 되면 엔진출력의 일부가 변속기에 무리를 주게 된다.

필자는 자동차학과에 근무하기 때문에 늘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 도로에서 필자의 차량이 고장 나서 서있게 되면, 얼마나 망신이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3~4일 이상 출장을 다녀온 후에 시동이 걸리지 않아 학과 조교를 호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블랙박스 상시전원도 빼두고 지하에 세워두었는데도 완전 방전된 것이다. 학교 동아리 학생들이 점퍼선을 갖고 왔는데 타고 온 차량의 배터리 용량이 작아서 연결해도 시동이 안 걸렸다.

아주 곤혹스러웠다. 추운 날에는 배터리의 전기적 성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보통 영상 10도 이상에서는 성능에 큰 차이가 없지만, 그 미만에서는 기온이 10도 내려갈 때마다 배터리 성능이 30%씩 저하된다. 영하 10도로 내려가도 전체 성능의 절반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하물며 최근처럼 영하 15도 미만의 경우는 배터리 성능이 3분의 1만 남는다고 보면 된다. 가까운 출퇴근 거리를 오가는 차량의 경우 시동불량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저녁에 배터리를 천으로 감싸두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아침에 반드시 제거해야 운행 중에 천이 각종 구동부품에 휘말려 엔진룸 일부에 고장이 발생하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워셔액의 경우 주유소 등에서 무료로 채워주는 제품은 추운 날씨에 얼어 워셔액 통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이마 겨울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부동액과 더불어 다시 한 번 체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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