地選 정치이슈로 說說 끓어오를 설

 

“민심은 야당의 발목 잡기를 거부하면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원하고 있습니다.”
“집권여당의 독선을 막아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성난 민심을 절감했습니다.”

명절이면 정치인들은 이처럼 자신이 본 민심을 자기가 처한 입장에 따라 ‘극과 극’으로 상이하게 전해준다. 여야의 입장차가 극명한 것이다. 같은 민심을 자신의 입맛에 맞춰 해석하는 것인지, 자기가 읽고 싶은 민심만 취사 선택하기 위해 지지자들에게 귀를 여는 것인지, 어찌 그리 다른 민심을 전해주는지 참으로 요상하고도 신기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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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설 명절이 코앞이다. 2018년 무술년(戊戌年), 황금 개띠의 해가 설(음력 1월 1일)에 맞춰 본격 막을 올리는 것으로, ‘지방선거의 해’인 올 설에는 그 어느 때보다 절절한 민심이 끌어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진보-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이 저마다 현재의 국정에 대해 논하고, 정치인들을 안주삼아 지방선거에 관한 예측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자연스레 정치가 화두가 되고, 귀성객들은 고향 발전을 위해 어떤 인물이 차기 지방자치단체의 수장을 맡아야 한다는 지론을 펴며 핏대를 세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표를 몰아줄 후보를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하는가 하면, 때로는 정치적 성향과 이념에 따라 편이 갈려 가족 간 불화가 촉발되기도 한다.

지난해 5·9 장미대선 이후 1년여 만인 오는 6월 13일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촛불혁명에 힘입어 탄생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띨 수밖에 없고, 2020년 실시될 21대 총선의 성패를 가늠할 바로미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더욱 관심이 모아진다. 19대 대선이 정상적인 일정으로 작년 12월 20일 진행됐다면, 설을 목전에 둔 현 시점은 새 정부가 아직 출범(2월 25일 신임 대통령 취임)도 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새 정부가 닻을 올리고 불과 4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허니문’ 기간에 치러지는 지방선거는, 여당 입장에선 대선의 여세를 몰아가는 손쉬운 선거가 됐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조기 대선은 역사의 물꼬를 다른 양상으로 틀었다. 다소 이르긴 하지만 문재인 정부로선 지난 1년의 국정을 어떤 식으로든 평가받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설 밥상머리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본선에 앞서 당내 경선의 문턱을 넘어야 할 출마예정자들 사이에선 여야 못지않은 물밑 신경전이 뜨겁다. 서로의 약점을 들춰내면서 성성한 발톱을 드러내고 있어 일부 지역에선 벌써부터 경선 후유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출마예정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사실상 설 연휴와 맞물려 시작되는 것도 밥상머리 민심에 한층 흥미를 더한다. 선거일 전 120일인 2월 13일이 예비후보 등록 개시일이어서 설 밥상머리 민심을 잡기 위한 신경전이 치열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허태정 유성구청장의 경우 12일 현직에서 물러나 8년간의 구정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대전시장 예비후보로 변신한다.

선거기간 개시일 전 90일인 내달 2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에 들어가는 기초단체장(군수 예비후보는 4월 1일부터) 출마예정자들도 마찬가지로, 12일 대전에서만 3명의 정치인이 출사표(민주당 박정현 대전시의원은 대덕구청장에, 같은 당 이희관 대전시당 지방자치위원장과 자유한국당 성선제 고려대 초빙교수는 동구청장 도전)를 던지는 등 공식 출마 선언이 러시를 이루고 있다.

또 하나 현역 국회의원들의 지방선거 출마도 설 밥상머리에서 다뤄질 반찬거리다. 대전시장 선거 후보군인 민주당 이상민은 공식 선언만 안 했을 뿐 출마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며 표밭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고, 한국당 정용기 의원은 최근 “출마 의지를 접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3월 초 출마 여부를 발표하겠다”라는 입장문까지 내면서 밥상머리에서 소외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민주당(121석)과 한국당(117석)의 의석수 차이가 4석에 불과, 현역 의원 출마가 자칫 제1당을 뒤바꿀 수도 있는 상황이어서 여야 모두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고, 지역정가에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염두에 둔 행보도 이어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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