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슬 대전지방경찰청 형사과 과학수사계 순경

 

경찰은 각자 업무에 맞은 제복을 입고 근무를 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제복을 입기도 하고, 업무특성상 사복을 입기도 한다. 우리 과학수사요원들 역시 과학수사라고 새겨진 점퍼와 조끼를 착용하고 근무하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의 제복이다. 과학수사와 관련된 드라마를 통해 이 점퍼와 조끼를 착용한 과학수사요원들을 접해본 사람들이 우리가 제복을 입고 현장을 다니면 우리를 알아봐주고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사실 우리가 그들을 위해 직접적인 도움을 준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과학수사라고 적힌 이 제복 하나만으로 우리를 멋진 영웅처럼 대하는 것이다. 지나가는 아이들은 “저 언니처럼 과학수사가 하고 싶어요”라고 하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 아이가 과학수사를 하고 싶어하는데 멋있어요. 우리 아이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어요”라며 제복을 입은 나를 멋지고 훌륭한 사람, 본받고 싶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이 모든 것들이 나 스스로의 능력인 것 마냥 우쭐한 마음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마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사람처럼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는 내가 멋지고 훌륭해서가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과학수사요원들처럼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편에서 고통을 이해하며 사건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완벽하게 찾아나가려는 모습을 기대하는 그들의 마음이 담겨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이내 이들의 응원이 업무향상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면서도 멋지다는 말에 우쭐하고 있는 현재 나의 모습을 몹시 부끄럽게 만들었다.

과학수사요원뿐만 아니라 우리 경찰관에게 국민들은 제복을 착용한 것만으로 기대감을 갖고 바라본다. 나는 어린 시절 경찰관과 어떤 대화를 해보지 않았음에도 그들이 나를 언제나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늘 존재하였다. 내가 학생이었던 당시 학교를 마치고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을 밤에 혼자 걸으며 집으로 향하면서 너무 어둡고 무서워서 두려움에 떨었던 적이 있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는 그 골목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따라오는 것 같아 온갖 나쁜 생각을 하고 있던 그 순간 골목 끝에서 경찰차의 경광등이 보이는 것을 보며 안도의 눈물을 흘리며 집에 무사히 돌아왔던 기억이 오늘날 경찰에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이 자리에 있게 된 것이다.

경찰은 이렇게 존재만으로 사람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을 위해 불을 밝혀주는 가로등 같은 존재이다. 그것은 우리 경찰관들이 어떤 옷을 입고 일을 하는지와 상관없이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인 것이다. 그들의 기대감에 보답하기 위한 방법은 수많은 시간동안 경찰관으로서 근무를 하며 찾아가겠지만 짧은 근무기간동안 깨달은 보답의 방법은 지금 입고 있는 제복이 부끄럽지 않는 경찰관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짧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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