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아동청소년문학작가

▲ 조재도 시인

벽돌 한 장

배영옥

유모차 안에 갓난아기도 아니고
착착 쌓은 폐지 꾸러미도 아닌,
벽돌 한 장 달랑 태우고 가는 할머니

제 한 몸 지탱할 수 있는
가장 적당한 무게가
벽돌 한 장의 무게라는 걸까

붉은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겨우 지탱하고 있다

느릿한 걸음으로
이쪽에서 저쪽으로 옮겨 다니는 유모차 할머니

너무 가벼운 생은 뒤로 벌렁 넘어질 수 있다
한평생 남은 것이라곤 벽돌 한 장밖에 없다는 듯이
허리 한 번 펴고 더 굽어지는 할머니

벽돌 한 장이 할머니를 고이고이 모셔간다

언제부턴가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할머니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어버이날이나 명절 같은 때 아들딸들이 유모차를 선물하면 제일 좋은 선물로 여겨 다른 할머니들께 자랑하기도 한답니다. 새것이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중고라도 상관없지요. 그런 할머니, 오늘은 몸빼 바지에 헐렁한 남방 하나 걸치고 외출을 나왔군요. 머리에는 햇빛 가리개용 챙 넓은 모자도 썼습니다. 그런 차림으로 느릿느릿 이곳저곳 마을을 돌아다닙니다. 뒤로 넘어지지 말라고 벽돌 한 장 유모차에 싣고요. 벽돌 한 장이라. 자꾸만 구부러져 이제 유모차에 기대지 않으면 허리를 펼 수 없는 할머니. 벽돌 한 장이 집에 병들어 누워 있는 남편이나 객지에 나가 있는 자식들보다 더 요긴합니다. 일평생 내줄 것 다 내주고 쪼글쪼글 오그라든 할머니의 생의 무게가 벽돌 한 장이라니. 이 대목에서 문득 가슴이 서늘해집니다. 몸이 불편하고 행색은 내세울 게 없지만 그래도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인, 아동청소년문학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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