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만 쳐도 마녀 때문이라며 만만한 사람 지목

 

중세 얘기에 마녀사냥이 빠질 수 없다. 이 자료들은 너무 방대했다보니 내가 가진 독일어 자료들 중에서 가장 많을 것 같다. 그만큼 연구된 자료가 많고 무궁무진한 얘기로 넘친다는 거다. 마녀시험에는 '눈물시험', '바늘시험', '물시험', '불시험'이 있는데 얘기가 길기 때문에 여기 다 쓸 수가 없다. 극에 달했던 마녀사냥이 시들해진 끝 무렵의 얘기 하나를 보자. 1785년 독일 힐버스하우젠에 힐데브란트라는 농부의 집에서 기르던 염소가 병들었다.

요즘 같으면 어떻게 생각하나? 아! 전염병이 도는가? 라든지, 왜 이러지? 하고 의심을 하면서 염소 고칠 방편을 찾는다. 하지만 당시는 이 원인조차도 마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비가 너무 많이 와도, 너무 빼어난 미모도, 번개와 벼락이 쳐도, 아이가 아파도, 흉년이 들어도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는 이 마을에 마녀가 있다며 찾아내자고 뜻을 모았다. 바로 17세인 크리스티네 슈례덴이 여기에 걸려들었다.

비극은 시작되었다. 마을주민들은 합세하여 그녀를 끌고 와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때리면서 자백을 강요했다. 그녀가 마녀가 아니라고 저항하자, 사람들은 합세하여 그녀의 머리칼을 잘라 버린다. 빗자루로 두들겨 패다가 다시 말 때리는 줄로 때리는가 하면 심지어 빵칼로 종아리를 찌르기까지 했다. 피를 철철 흘리면서 고통을 견디다 못한 그녀가 기절해 버리자, 이젠 달군 집게를 코, 등, 허벅지에 대고 지졌다. 고통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그녀는 결국 거짓 자백에 이른다.

여기서 H.-J. 볼프는 그녀가 누구 집 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는데, 나의 짐작으로 고아거나 떠돌며 살아가던 소녀였을 것 같다. 당시는 '길거리의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즉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수두룩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보니 독일에서는 후기 중세 이후의 '길거리의 인생들'이란 연구저서도 꽤 나와 있다. 심지어 논문까지도.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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