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강 건너 불구경이다. 이 지역에 수장이 없다는 이유로, 오는 6월 지방선거만 끝나면 모든 일이 다 해결될 것처럼 모두들 수수방관하고 있다. 다름 아닌 최근 채용·심사비리 등 논란의 중심에서 질타를 받고 있는 시 산하 출자출연기관을 두고 한 말이다. 누구하나 잘못을 인정하고 쇄신을 외치는 이 하나 없다. 선거만 끝나면 다 해결될 일인 것처럼 하나 같이 “어차피 시장이 오면 끝나는 일 아닌가”라고 되묻는다.

그러나 대전효문화진흥원이나 대전문화재단의 ‘이사장’은 시장이 아닌 김택수 정무부시장이다. 현 시장의 부재와 상관없이 이 기관들의 문제에 책임을 물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대전문화재단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이 지역 단체에서 두 번이나 나오고, 대전효문화진흥원이 채용비리로 수사를 받는 것도 모자라 계속되는 의혹들이 제기돼 전국적으로 망신살을 받은 상황인데도 김 부시장은 이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고도 어떠한 입장도 없다. 혹자는 “시장 공백인 상황에서 정무부시장이 어떻게 입장이란 게 있을 수 있겠냐”고 하겠지만 반대로 그는 단순 정무부시장이 아닌 두 기관의 이사장이지 않는가. 지난 9일 김 부시장을 직접 만나 이사장으로서 이와 관련한 복안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당연한 듯 묵묵부답뿐이었다.

언제까지 보고만 있을 것인지 시민들은 그저 선거까지 남은 3개월을 그냥 기다리고 있어야만 하는지 다시 묻고 싶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몇 년 간 이어진 시 산하·출연기관들의 일련의 사태에서 그동안 이사장인 정무부시장은, 또는 문화체육관광국과 보건복지여성국은 어떤 책임 있는 태도를 취해왔는지 역시 묻고 싶다.

몇 년 전, 시 산하·출연기관들은 시를 향해 ‘팔 길이 원칙’을 지켜달라고 요구한 때가 있었다. 시비를 보조받는 기관으로서 집행기관의 참견과 간섭이 과도하다는 주장이었다. 최근 들어서 ‘그때가 좋았다’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만큼 기관이 하고자하는 주관과 가치관이 뚜렷했고, 시 역시 기관의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한 잣대를 들이댄 발전적인 관계였다고 회자되는 것이다. 반면 지금의 시는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라곤 하면서 문제가 생긴 기관들의 뒤에 숨어 어떻게든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양새다. 책임은 지지 않고 권리만 내세우는 명분 없는 관계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대전 시민들은 시장 공백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견뎌내고 있다. 그들 역시 한편으론 ‘시장이 오면 어느 정도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시 산하·출연기관 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정말 지방선거가 끝나고 시장이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됩니까?” 각자 풀어야 할 숙제는 따로 있는 법이다.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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