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대표' 실제 주인공 스키점프 선수들 평창에서는 …

온 가족이 한자리에 함께하는 설날이 다가왔다. 특히 이번 설 연휴에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기간과 맞물려 국가대표 경기를 함께 응원할 수 있어 의미가 더 크다. 바쁜 일상 속 전화로서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밖에 없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아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하나 돼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떠올리고 응원할 수 있는 영화를 소개한다.

 

 

◆ 국가대표(Take Off, 2009)
영화 ‘국가대표’의 실제 주인공인 스키점프의 최서우(36)는 지난 10일 스키점프 남자 노멀힐 개인전 결선에서 41위를 기록하며 아쉽게도 2차전 결선(30위)에 들지 못했다. 예선보다 4.5m를 더 비행했지만 바람 점수에서 17.6점이 깎이면서 83.9점을 기록했다. 기록을 세우지는 못했지만 최선을 다한 경기였다. 지난 8일 최서우와 함께 노말힐 개인전 예선에 출전한 김현기(35)도 57명의 참가 선수 중 52위에 머물러 본 선행이 좌절됐지만 오는 16일 라지힐 개인 예선전을 준비하고 있다. 

최서우와 김현기는 아직까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진 못했지만 한국 스키점프의 살아있는 역사이자 전설로 기록된다. 한국 스키점프의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훈련해 온 이들은 2003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거머쥐며 그 가능성을 보였다. 이때 이야기는 영화 ‘국가대표’로 제작됐고 실화가 주는 뜨거운 감동으로 국민들의 가슴에 자리해 ‘스키점프’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영화 '국가대표'는 실화를 바탕으로 비인기 종목 스키점프를 소재로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준 영화다. 대한민국에 등록된 선수 7명, 그 중 국가대표 4명, 열악한 현실 속에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믿었던 도전에 성공한 대한민국 스키점프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점프대의 스프링클러가 고장 나면 고무호스로 직접 물을 뿌려가면서 연습할 뿐만 아니라 힘든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생활비 및 훈련비를 충당하고 대회에 출전할 때도 비싼 점프복을 살 돈이 없어 찢어진 부분을 기워 입어가며 경기를 치렀다고 한다. 이러한 고난 속에서도 그들은 2003 타르비시오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 2003 아오모리 동계 아시아경기대회 단체전 금메달, 2007 토리노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은메달, 2009 하얼빈 동계 유니버시아드 개인전, 단체전 금메달을 거머쥐는 등 대한민국 스키점프의 세계적인 위상을 키우며 2018 평창동계올림픽까지 달려왔다.

영화는 1996년 전북 무주를 배경으로 한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정식 종목 중 하나인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급조되는데 전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방종삼(성동일)이 국가대표 코치로 임명되면서 그의 온갖 감언이설로 외인구단 못지 않은 국가대표팀이 구성된다. 전 주니어 알파인 스키 미국 국가대표였다가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인 밥(하정우), 여자 없으면 하루도 못 버티는 나이트클럽 웨이터 흥철(김동욱), 밤낮으로 숯불만 피우며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살아온 고깃집 아들 재복(최재환), 할머니와 동생을 돌봐야 하는 짐이 버거운 말 없는 소년 가장 칠구(김지석), 그런 형을 끔찍이 사랑하는 4차원 동생 봉구(이재응)까지.

스키점프가 뭔지도 모르지만 한때 스키 좀 타봤다는 이유로 뽑힌 이들이 모이면서 대한민국 최초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결성된다. 그러나 스키점프(Ski Jump)의 스펠링도 모르는 코치와 경험 전무한 국가대표 선수들의 훈련은 험난하기만 하다. 변변한 연습장도 없이 점프대 공사장을 전전해야 했고 제대로 된 보호장구나 점프복도 없이 오토바이 헬멧, 공사장 안전모 등을 쓰고 맨몸으로 훈련에 임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복이네 고깃집 앞 마당에서의 지상 훈련을 시작으로 나무 꼭대기에 줄로 매다는 공중 곡예, 시속 90㎞의 승합차 위에 스키 점프 자세로 고정돼 달리는 위험천만한 질주, 폐장한 놀이공원 후룸라이드를 점프대로 개조해 목숨 걸고 뛰어내리기 등 나름 과학적인 훈련을 이어간다. 이런 식의 무모한 훈련에도 이들은 점점 선수다운 모습을 갖춰 가고 스키 하나에 의지해 하늘을 날아가는 순간 행복을 느끼게 된다.

 

◆ 코리아(As One, 2012)

‘하나 된 열정’이라는 슬로건으로 열리는 세계인의 겨울 축제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이 지난 9일 오후 강원도 평창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130분 동안 ‘Peace in motion(행동하는 평화)’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개회식에서는 한국의 전통문화 정신인 ‘조화’와 현대문화 특성인 ‘융합’을 바탕으로 3000여 명이 출연해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를 연출했다. 

특히 한국과 북한은 마지막인 92번째로 스타디움에 들어서면서 지난 2007년 장춘 동계아시안게임 이후 11년 만에 남북 공동 입장했고 성화봉송에 남북 단일팀 아이스하키 박종아(南), 정수현(北) 선수가 함께 성화를 들고 계단을 뛰어올라 명장면을 만들기도 했다.

남북 단일팀은 이번이 세 번째다. 1945년 분단 이후 우리나라와 북한은 10회 넘게 단일팀 구성을 추진해 왔고 그 첫 번째가 지난 1991년 4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제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탁구팀 ‘코리아’다. 이 대회에서 현정화(南)와 리분희(北)는 함께 출전해 단체전에서 우승을 했고 남북한 국기 대신 하늘색 한반도기를 사용해 국가 대신 아리랑을 불렀다. ‘하나 된 열정’의 첫 시발점이 됐던 남북 단일팀 ‘코리아’는 하지원과 배두나 주연의 영화 '코리아'로 만들어져 스크린에 담게 됐다.

영화 코리아에서 남북은 하나가 되는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지난 1991년 대한민국에 탁구 열풍을 몰고 온 최고의 탁구 스타 ‘현정화’(하지원)는 번번이 중국에 밀려 아쉬운 은메달에 그쳤다. 그러던 중 그는 41회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남북 단일팀 결성이란 뜻밖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금메달에 목말랐던 정화에겐 청천벽력과 같았고 선수와 코치진의 극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남북 단일팀은 강행된다. 

순식간에 ‘코리아’라는 이름의 한 팀이 된 남북 선수들은 연습 방식, 생활 방식, 말투까지 달라도 너무 달라 사사건건 부딪히기 일쑤다. 양 팀을 대표하는 라이벌 정화와 북한의 ‘리분희’(배두나)의 신경전도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다. 대회는 점점 다가오지만 한 팀으로서의 호흡은커녕 갈등만 깊어지고 출전팀 선발은 예상치 못한 정국으로 흘러만 간다.

영화 코리아는 남북 선수들의 경기 장면 이면에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46일간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낸 영화다. 처음으로 함께 대면한 자리, 단지 남과 북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여는 게 쉽지 않았던 그들의 이야기를 영화적으로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말투와 생활방식, 그리고 이전까지 늘 라이벌로 마주했기에 더욱이 쉽게 경계를 풀 수 없었던 남북 선수들에게는 하나의 팀을 이루는 것 그 자체가 도전이었다. 

영화 코리아는 이렇듯 공통점보다 차이점이 더 많은 남과 북의 선수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억지로 한 팀이 돼 금메달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가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뒷이야기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특히 어색했던 첫 만남 이후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에 대한 마음을 열고 마음속 깊이 동료애를 나누며 한 팀이 되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들의 모습 속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의 마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끼지 않을까 싶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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