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날이 다가왔다. 오랜만에 친지 및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 세배를 하고 새해를 맞는 희망과 기쁨으로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는 즐거운 날이다. 

 

이렇게 좋은 명절에도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많다. 설 연휴에는 심리적으로 들뜨기 쉬워 몸에 무리를 주거나 자신의 건강 상태에 방심하기 쉽기 때문이다. 장거리 운전, 흐트러지는 신체리듬, 과음이나 과식, 주부들의 과도한 가사노동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곳곳에 건강을 위협하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설 연휴에 느끼는 피로의 가장 큰 원인은 장거리 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새벽출발이나 밤샘이동을 하고 나면 생체리듬이 흐트러져 낮에 쉬더라도 몸이 정상상태로 돌아오기 힘들다. 창문을 닫고 장시간 히터를 켠 채로 운전을 하다보면 산소 부족으로 인해 졸음이 오고, 단순 반복 작업으로 인한 근육피로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장거리 운전으로 오랜 시간 앉아 있게 되면 다리의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다리가 붓기도 한다.

 

예방을 위해서는 적어도 1~2시간에 한번쯤은 차에서 내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좋다. 장거리 운전을 하는 동안 등받이를 뒤로 젖히는 것은 나쁜 습관이며, 등받이는 똑바로 세우는 것이 좋다. 엉덩이는 뒤로 바짝 밀착시키고 운전대와는 발로 엑셀을 밟았을 때 무릎이 약간 굽혀지는 정도의 거리가 바람직하다. 푹신한 방석을 깔면, 서 있을 때보다 허리에 두 배나 되는 하중이 가해져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잠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경우가 있는데 커피는 일시적으로 각성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피로를 더욱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당량을 섭취하자.
 

장시간 이동으로 지치기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에는 아이들을 위해서 가벼운 간식을 준비하거나 가족들이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사전에 차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차가 밀리거나 끼어들기나 갓길 주행 같은 얌체 운전하는 사람을 볼 때 받는 스트레스도 운전이 가져다주는 건강에 해로운 불청객이다.

 

가능한 한 마음에 여유를 갖고 운전하는 것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장시간 걸리는 귀경길에는 평소에 당뇨나 고혈압 등의 만성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은 미리 약을 잘 챙기도록 해서 낭패를 겪는 일이 없도록 하고 응급상황 시 대처를 위해 주치의와 미리 잘 상의하여 준비토록 한다. 그리고 감기에 걸린 운전자는 좀 힘들더라도 운전을 마칠 때까지 감기약을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멀미를 하는 경우에는 바람이 잘 통하는 창가 쪽이나 앞쪽에 앉도록 한다. 예방을 위해선 승차 30~60분 전에 멀미약을 복용하도록 하며, 차를 타기 전 속을 너무 비우는 것도 너무 많이 먹는 것도 좋지 않다. 탄산음료 등 위에 부담을 주는 음식도 피하도록 한다.

 

◆ 과음, 과식 주의

당뇨병이나 고혈압같이 평소 지병이 있는 분들은 명절 음식의 유혹으로 명절 때마다 고민을 겪고 있다. 명절 음식을 이것저것 먹다보면 자연히 높은 칼로리를 섭취할 수밖에 없게 되고, 열량과 지방식을 제한해야 하는 비만,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환자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은 모처럼의 명절을 맞는 명절 기분을 망칠 뿐 아니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선 열량을 제한하기 위해서는 음식가짓수를 줄이고 섭취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 개인 접시에 담아 평소에 먹던 양을 대략 계산하며 먹는 것이 좋다. 또 나물이나 채소를 충분히 먹어서 미리 배를 부르게 하면 과식을 피할 수 있다.

 

집안에 이러한 환자가 있다면 음식을 만들기 전에 신경을 써서 만드는 것이 좋다. 식혜 같은 음료는 대체 감미료를 나중에 타서 먹도록 무가당으로 만드는 것이 좋고, 음식의 간을 대체로 싱겁게 한다. 또 갈비 같은 음식은 동물성 지방을 제거하고 순 살코기로 만들면 좋다.
명절에는 운동량의 부족으로 열량의 소모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족끼리 모여 활동적인 게임을 즐기도록 하고, 남의 집을 방문할 때에는 자신의 지병과 식사제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리는 것이 음식접대를 통한 과식을 사전에 막는 요령이 될 수 있다.

 

명절 연휴 과식으로 인해 소화가 잘 되지 않을 때에는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위주로 소량을 천천히 잘 씹어 먹도록 한다. 너무 맵고 자극적인 것, 질긴 것이나 딱딱한 것은 대장의 방어 작용에 의해 설사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자꾸 속이 불편하다고 눕기보다는 똑바로 앉거나 일어나 걷는 것이 좋다. 연휴기간 동안에는 문을 닫는 약국이 많으므로 간단한 소화제 정도는 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좋다.
 

급체했을 경우에는 하루 정도 아무것도 먹지 않고 위를 비워두는 것이 최선이다. 위 운동을 강화시키는 소화제도 효과가 있다. 토했을 경우에는 체온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수분을 보충시키는 것이 좋다.

 

◆ 명절 증후군

명절이 다가오면 많은 여성들이 이유 없이 답답함을 호소하곤 한다. 머리와 가슴이 짓눌리고, 소화도 안 되고, 손발마비, 가슴 두근거림 등의 증상을 나타내는 주부들이 늘어난다.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면서 몸이 아파옴과 동시에 우울증까지 드러내는 스트레스성 질환인 ‘명절 증후군’ 탓이다. 이 증후군은 전통적인 관습과 현대적인 사회생활이 공존하는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으로 명절 전후 2~3일에 가장 심하며 보통 1주일쯤 지속되며 명절을 지내고 나면 대개 풀린다.

 

명절(며느리) 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주부 스스로 명절 동안에 잠시라도 적절한 휴식을 자주 취해서 먼저 육체적 피로를 줄여야 한다. 또 일을 할 때도 주위 사람들과 흥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심리적인 부담감이나 압박감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게 좋다. 명절 동안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 명절 후에 충분한 휴식을 갖고 가능하면 자신만을 위한 여가시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또한 남편을 비롯한 가족의 충분한 이해와 세심한 배려, 적극적인 협조가 절대적으로 도움이 된다. 즉 주부가 겪어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고통을 온 가족들이 함께 나눠 가지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며느리가 여럿인 집에서는 일을 서로 잘 나누어서 하도록 하고 혼자에게만 짐을 지도록 하고 나머지는 돈으로 적당히 해결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남편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아내가 부담을 많이 느끼는 친인척이 있으면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도록 배려를 한다. 또 자녀들을 직접 돌보아 아내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아내의 힘든 상황을 위로하고 부부만의 오붓한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아내가 시부모를 모시는 경우에는 연휴 중 하루는 아내를 위해 투자하는 등의 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내를 위로할 필요가 있다.

 

◆ 안전사고 주의

설날 음식을 장만하는 동안 사고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날카로운 물체에 베였을 때에는 먼저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압박 지혈한 후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병원을 찾는다. 뜨거운 물이나 기름에 화상을 입었을 때에는 깨끗한 찬물로 통증과 열이 느껴지지 않을 때까지(10분 정도) 상처를 식히고 물집이 생겼으면 터뜨리지 말고 감싼 후 병원에 가도록 한다.

 

이밖에도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에는 재빨리 119로 도움을 요청하고 앰뷸런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급하다고 무리하게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다 보면 이송과정에서 자칫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 명절 후유증

설날 연휴 동안 과음, 과식, 수면부족 등으로 얼굴은 거칠어지고, 속은 술 때문에 쓰리기까지 한 채로 출근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장거리 여행과 술자리, 밤샘 고스톱 등으로 깨진 신체리듬으로 일이 제대로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이러한 명절 후유증에는 특별한 약이 없다. 중요한 업무는 가능하면 뒤로 미뤄 실수가 없도록 하고, 느긋한 마음가짐으로 생활방식을 조절해 서서히 일에 가속을 붙여 가는 것이 최선이다.

 

먼저 수면부족에는 잠자는 것 외엔 별 방도가 없다. 출근에 앞서 충분한 수면을 취하거나 그렇지 못했을 경우 출근 후 점심시간에 잠깐 낮잠을 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 출근 날 아침 가벼운 맨손체조를 하고 직장에 가서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준 다음 점심시간을 이용해 잠깐 햇볕을 쬐면서 산책을 하는 것도 피로해소에 좋다. 이밖에도 연휴로 긴장이 풀리면서 감기에 걸릴 수 있으므로 옷을 잘 챙겨 입는 것이 좋다.
 

 

도움말=건양대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연 교수

정리=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