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여제'에서 '빙속 새내기'로 변신해 첫 올림픽 도전

#1. 박승희 SNS에 남긴 글

오늘 저의 마지막 올림픽이, 응원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함성 속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전향을 하고 성적이 쇼트트랙보다 안 좋다며 안 좋은 소리도 많이 들었고 후회도 정말 많이 했었어요. 

물론 쇼트트랙으로 올림픽에 출전했다면 조금 더 나은 성적으로 많은 분들에게 더 많은 기쁨을 드렸을 수도 있지만 저는 전향이라는 길을 선택했고 어찌 보면 무모할 수도 있었던 도전에 큰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신 많은 분들의 함성 덕분에 가슴이 벅차고 뭉클했네요😭 
조건 없이 바라는 것 없이 오로지 저의 도전을 멋지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 정말 다시 한 번 고맙고 감사합니다. 

그 덕분에 제가 스피드 스케이팅으로도 올림픽에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두 종목에서 처음으로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로 남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닷❤️ 

앞으로도 좋은 기운과 좋은 마음 드렸으면 좋겠어요.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2. 그녀의 미소가 더 아름다운 이유

'쇼트트랙 여제'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새내기'로 변신했던 박승희(스포츠토토)의 '아름다운 도전'이 마무리됐다.

박승희는 14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1,000m 경기에서 1분16초11의 기록으로 16위를 차지했다. 전체 31명의 선수 가운데 딱 중간에 해당하는 순위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 출전인 박승희가 메달 없이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이전 그 어느 때보다 값진 도전이고 성적이었다.

#3. 그야말로 최정상에 있었다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1,000m와 1,500m 동메달을 목에 건 후 2014 소치올림픽에서 1,000m와 3,0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추가하며 쇼트트랙 전 종목에서 시상대에 올랐다.

소치올림픽 2관왕 이후 은퇴까지 생각했다던 박승희는 몇 개월 후에 돌연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선언했다. 한 번 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 보겠다는 것이다.

쇼트트랙 선수들의 빙속 전향은 드물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선수 생활 도중 스피드스케이팅에 더 적성이 맞는 것 같아 갈아타거나, 쇼트트랙 대표 선발전을 뚫지 못해 빙속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전향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박승희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정상을 밟은 후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가시밭길을 택한 것이다.

 

#4. 스스로 택한 가시밭길

이승훈(대한항공)과 김보름(강원도청), 김민석(성남시청)을 비롯해 쇼트트랙 출신 선수들이 대체로 빙속 장거리에 도전하는 것과 달리 스타트가 좋은 박승희는 단거리에서 승부를 걸었다.

첫 공인기록회 1,000m에서 1분20초40으로 준수한 성적을 낸 그는 캐나다 전지훈련 후 곧바로 대표 선발전을 통과해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컵 무대를 누볐다. 이듬해 동계체전에서는 첫 빙속 금메달을 땄다.

이상화(스포츠토토)를 잇는 단거리 간판으로 성장한 박승희는 지난해 10월 월드컵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후 월드컵에서 올림픽 1,000m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5. 응원, 감사합니다

국내 선수 가운데 2개 이상의 종목에서 올림픽에 출전한 빙상 선수는 박승희가 처음이다.

메달 유망주로 출전했던 앞선 두 번의 올림픽과 달리 이번에는 그야말로 도전자의 입장이지만 박승희는 "이전 올림픽보다 더 욕심이 생기고 잘하고 싶다"고 했다.

 

 

평창이 자신이 마지막 올림픽 무대라고 예고한 박승희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의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를 원하는 대로 후회 없이 마칠 수 있게 됐다.

박승희는 "마지막 올림픽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스피드스케이팅 전향을 위해) 은퇴를 4년을 미뤘고, 자부심을 갖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했다"며 홀가분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그는 "쇼트트랙 선수를 더 했으면 국민이 보기에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수 있었겠지만, 스피드로 전향했다"며 "메달권에 들기 힘들었지만 그런데도 조건 없이 응원을 많이 해줘 감사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