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가공의 이야기(Fiction)를 더한 대표적인 문화예술 장르다.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타 예술장르보다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영화는 사실(Fact)에 근거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공상 과학 영화(Science Fiction Film)나 마블 시리즈와 같은 슈퍼히어로 영화도 사실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상상에서 비롯된다. 더욱이 모든 영화는 실존하는 공간에서 촬영되는 만큼 사실과 떼어 놓을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영화촬영지는 사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공간이라 말할 수 있다. 영화촬영지가 관광명소로 큰 인기를 끈 데는 이런 매력 때문이기도 하다. 영화촬영지를 찾는 관광객들은 그 공간에서 만큼은 실제 영화 주인공이 돼 영화 속 상황과 심정을 직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영화제작사가 서울에 밀집해 있는 만큼 영화촬영 역시 서울 인근에서 많이 이뤄진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전지역에서도 상당수의 상업영화가 촬영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영화 변호인, 쎄시봉, 살인자의 기억법, 덕혜옹주, 도둑들이 그 영화들이다.

영화 변호인 중 옛 충남도청 1층에서 촬영된 장면

◆변호인(The Attorney, 2013)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초 부산을 배경으로 한다. 빽 없고, 돈 없고, 가방끈도 짧은 세무 변호사 송우석(송강호). 부동산 등기부터 세금 자문까지 남들이 뭐라던 탁월한 사업수완으로 승승장구하며 부산에서 제일 잘나가고 돈 잘 버는 변호사로 이름을 날린다. 대기업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받으며 전국구 변호사 데뷔를 코앞에 둔 송변. 하지만 우연히 7년 전 밥값 신세를 지며 정을 쌓은 국밥집 아들 진우(임시완)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재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밥집 아줌마 순애(김영애)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구치소 면회만이라도 도와주겠다고 나선 송변. 하지만 그곳에서 마주한 진우의 믿지 못할 모습에 충격을 받은 송변은 모두가 회피하기 바빴던 사건의 변호를 맡기로 결심한다.

영화 변호인이 촬영된 옛 충남도청 1층 모습

대전에 있는 옛 충남도청은 영화 변호사에서 법원으로 나와 유명하다. 2012년 청사 이전 전까지 사용했던 옛 충남도청은 현재 대전 근현대사전시관으로 운영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에 지어진 건물임에도 매우 고풍스운 분위기를 느낄수 있다. 특히 1층 중앙에 위치한 계단에선 송변이 친구 기자(이성민)를 만나는 씬이 촬영됐다.

영화 쎄시봉 중 한남대학교 사범대학 앞 잔디밭에서 촬영된 장면

◆쎄시봉(C'est Si Bon, 2015)

한국 음악계에 포크 열풍을 일으킨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을 배출한 음악감상실 ‘쎄시봉’. 젊음의 거리 무교동 최고의 핫플레이스였던 그곳에서 ‘마성의 미성’ 윤형주와 ‘타고난 음악천재’ 송창식이 평생의 라이벌로 처음 만나게 된다. ‘쎄시봉’ 사장은 이들의 가수 데뷔를 위해 트리오 팀 구성을 제안하고 자칭 ‘쎄시봉’의 전속 프로듀서 이장희는 우연히 오근태의 중저음 목소리를 듣고 그가 두 사람의 빈틈을 채워줄 ‘숨은 원석’임을 직감한다. 기타 코드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는 통영 촌놈 오근태는 이장희의 꼬임에 얼떨결에 ‘트리오 쎄시봉’의 멤버로 합류하게 되고 그 시절, 모든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에게 첫눈에 반해 그녀를 위해 노래를 부르기로 결심한다.

한남대학교 사범대학 앞 넓은 잔디밭은 대한민국 포크계의 전설을 담은 영화 '쎄시봉'이 촬영된 장소다. 이곳에서 주인공들은 기타치고 노래를 부른다. 한남대학교는 이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의 촬영지로 이용됐다. 한남대학교 운동장은 남북단일 탁구팀을 그린 영화 '코리아'에서 탁구 선수들의 체력 훈련하는 장면으로, 한남대학교 내에 있는 선교사촌은 '살인자의 기억법'과 '덕혜옹주'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영화 도둑들 중 대전대학교30주년 기념관에서 촬영된 장면

◆도둑들(The Thieves, 2012)

한 팀으로 활동 중인 한국의 도둑 뽀빠이와 예니콜, 씹던껌, 잠파노. 미술관을 터는데 멋지게 성공한 이들은 뽀빠이의 과거 파트너였던 마카오박이 제안한 홍콩에서의 새로운 계획을 듣게 된다. 여기에 마카오박이 초대하지 않은 손님, 감옥에서 막 출소한 금고털이 팹시가 합류하고 5명은 각자 인생 최고의 반전을 꿈꾸며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서 한국 도둑들을 기다리고 있는 4인조 중국도둑 첸, 앤드류, 쥴리, 조니. 최고의 전문가들이 세팅된 가운데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한국과 중국의 도둑들. 팽팽히 흐르는 긴장감 속에 나타난 마카오박은 자신이 계획한 목표물을 밝힌다. 그것은 마카오 카지노에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계획이지만 2000만 달러의 달콤한 제안을 거부할 수 없는 이들은 태양의 눈물을 훔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다.

영화 도둑들은 탄탄한 스토리텔링과 생생한 개성의 캐릭터들, 촌철살인의 대사와 볼거리 등 작품적 완성도를 담보하는 동시에 영화적 재미까지 놓치지 않는 연출력으로 한국 영화계의 독보적 위치를 고수해 온 최동훈 감독이 영화 타짜 이후 6년 만에 내놓은 범죄 영화로 각광을 받았다. 특히 영화 프롤로그에 박물관에서 금동향로를 훔치는 장면이 있는데 이는 대전대학교 30주년 기념관에서 촬영됐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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