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대학들 외부행사 없애고…음주문화 교육·진로설계 등 병행

#. 대학 새내기인 A 씨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 참석했다. 그러나 동기생들과 함께 몇 시간동안 기합을 받아야 했다. 인사를 안한다는 이유로 ‘안녕하세요’, ‘안녕히 가세요’라는 인사를 허리를 굽히면서 수백번 외쳤다. 신입생 환영회가 군기잡기로 돌변한 순간이다.

#. 한 대학의 OT에 참석했던 신입생은 만취 상태에서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고, 지난해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한 한 학생은 과자 빨리 먹기 게임을 하던 중 숨졌다.

말 많고 탈 많은 대학 신입생 OT의 극단적인 장면이다. 수년 간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이 잇따르며 해마다 이맘 때면 ‘OT 주의보’가 발령되곤 한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분으로 가혹행위마저 서슴지 않는 삐뚫어진 관행과 함께 과도한 음주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한보건협회에 따르면 2006부터 2015년까지 10년간 22명의 대학생들이 음주로 인해 숨졌을 정도다.

많은 인원이 함께하는 행사인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지난 2014년 경주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는 교외 집단연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교육부가 나서 대학생 집단연수 매뉴얼을 제작하고 신입생 행사를 대학이 주관해 학내에서 실시하도록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회문제로 자리잡은 대학생 신입생 OT에 다행히 새 바람이 불고 있다. 대전지역 대학들이 대표적이다. 대학마다 새로운 형태의 신입생 환영회로 변화를 추구하면서 사건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18일 지역 대학가에 따르면 설 연휴 이후 예정된 신입생 OT는 모두 교내에서 실시한다. 사실 지역 대학들은 2014년 교육부 권고 이전부터 신입생 환영회를 교내에서 실시,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켰다. 해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충남대는 총학생회 주도로 실시했던 신입생 환영회를 없앴다. 단과대학별 새내기 배움터도 교외가 아닌 교내에서 실시한다.

한밭대는 5~6년전부터 교내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있다. 이틀에 걸친 신입생 환영회는 교내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입학식을 하고, 학과별로 치른다. 인권교육, 성폭력 예방교육, 공연과 문화행사 등을 공통으로, 학과 안내, 신입생 대상 진로적성 검사, 동아리 활동까지 학교 생활 전반에 대해 소개한다.

한남대도 교외에서 했던 신입생 환영회를 지난해부터 교내에서 실시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외부에서 실시했는데 전체 신입생 환영회를 비롯해 단과대학별 OT도 내부로 유도,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은 운동장과 무대시설을 활용토록 해 체육행사, 강사 초빙 특강, 레크리에이션을 병행하는 등 매년 변화를 주고 있다.

배재대는 신입생 환영회를 특색있는 프로그램으로 꾸미고 있다. 대강당 당일 신입생 환영회를 '청년 아펜젤러 예비학기'로 바꿨다. 특히 일주일간 진행되는 환영회에서는 학습과 진로설계 등은 물론 성폭력 예방교육, 응급처치 및 음주문화 교육 등을 제공한다. 신입생 환영공연과 진로가이드를 위한 참여형 특강, 진로검사, 새내기 운동과 레크리에이션까지 알차게 구성했다.

대전대는 올해 ‘Vision Week’라는 이름으로 4일간 교내에서 열 계획이다. 사회 각계각층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비전특강, 영어진단평가, 융합콘서트, 폭력 예방 통합교육, 스트레스·우울증 예방교육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목원대도 7~8년전부터 교내 체육관에서 신입생 환영회를 하고 있다. 2박 3일에서 1박 2일로 축소했지만 알찬 내용을 준비 중이다.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신입생 환영회 때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해 대학들이 교내에서 환영회를 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 학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상영 기자 you@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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