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이사장)

 

박찬성 시인은 ‘겨울 가는 길로 봄 오는 날’이란 시를 이렇게 전하고 있다.

① '겨울 떠나는 길로 봄 오는 날, 강에서 들판 끄트머리 쏟아내던 사태안개 사이사이, 발그레한 뺨으로 웃음 쏟아놓을 산동네 진달래 처녀는 스치는 바람에 삼단 같던 마음 풀어져 어질러질까?/겨울 떠나는 길로 봄 오는 날, 그믐달 따라오던 희부연 새벽은 소름 돋친 짧은 머리 지평을 따라, 야외 극장 화면 끝 자막 바삐 올리고 덩달아 딸려온 이른 아침 해 산마루에 엎드려 궁둥이 쳐들고 일어나기 싫은가?/봄 오는 길로 겨울 떠나는 날, 까치 쌍쌍 노래 흉내에 무대 인사 바쁜 사이 새들 갈채에 환호소리에, 몹시도 궁금한 목련 큰 눈망울 ‘청아!’ 심학규 눈 뜨려 할 때 자리 털고 일어나던 9회말 겨울, 고개 돌려 남은 사연이 알고 싶은가?/봄 오는 길로 겨울 떠나던 날, 대지는 이불 걷어차듯 개구리 차 내고, 봄나물 내뱉고, 기지개 하품할 때, 꽃들은 기다리다 못해 망울져 뜨겁게 속이 다 탄다.”

② “봄이 오면 나도, 예쁜 꽃 한 송이 피우고 싶어. 어울려 피는 꽃이 되어 더불어 나누는 향기이고 싶어/용서의 꽃은 돌아선 등을 마주 보게 하고, 이해의 꽃은 멀어진 가슴을 가깝게 하지/겸손의 꽃은 다가선 걸음을 머물게 하고, 칭찬의 꽃은 마음을 이어주는 기쁨이 되지/나눔의 꽃은 생각만 해도 행복한 미소, 배려의 꽃은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풍경인걸/사랑과 믿음의 빛으로, 내가 어디에 있건, 환히 나를 비추는 당신, 햇살같이 고마운 당신에게, 감사의 꽃도 잊어선 안 되겠지”(이채/2월에 꿈꾸는 사랑)

③ “호숫가 거니는데 들려오는 스프링 소나타(베토벤의 소타나 5번 1악장), 경쾌한 선율 날개 달아, 물 위 걸어다닌다, 물결은 은빛 귀 열어, 환희에 춤추고, 빛바랜 억새며 흰목물떼새, 음계에 팔랑 몸 싣는다. 일어나라 세상이여, 베토벤의 연인들이여, 가벼운 눈인사는 어떨까, 미묘한 숨들의 씨앗 간 지르는, 어린 봄 소나타, 연초록 실타래 풀기 시작한다”(박현숙/봄 소나타)

④ “작은 햇살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그녀의 얼굴 위에 앉는다/지금쯤, 산 찾아 휘파람 소리 내며, 진달래 영취산, 산수유 지리산, 쌍계사 벚꽃 찾아 쏘다닐 여자/계절을 잊은 채 때 되면 밥 먹고 주사 맞고 잠 자고/작은 창문 앞에서, 하얀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백경화/어느 봄날에)

⑤ “꽃신 신은 봄이 살금살금 찾아든 정원, 은빛 햇살 팔을 길게 뻗는다. 앙상한 산수유 우듬지 어루만지며 터질 듯 말 듯 탱탱한 꽃망울에 따스한 온기 한 줌 불어넣고 있다. 아직 이파리 피워내지 못한 목련나무 가지에 까치 두 마리 봄소식 물어다 놓고 바람은 신바람 나 이리 기웃 저리 기웃 마른 나무껍질 사이를 비집고 들랑날랑 댄다. 구름도 비켜 가는 한낮의 하늘은 한층 더 높이 발돋움하고 있다. 병아리 주둥이만큼 뾰조록 내미는 산수유 꽃눈은 바깥세상을 탐한다. 언제쯤 터질까 저 앙다문 잎, 두드러기 일 듯 올망졸망 매달린 꽃망울, 가지는 간지러워 온 몸을 비비 틀고, 꼼지락 꼼지락 물을 빨아올리는 여린 뿌리는 의연하게 잔설을 밀어내느라 안간힘을 쓴다. 메마른 나뭇가지도 바람의 농간에 놀아나, 새순을 톡톡 틔우는 봄이 오는 길목, 차디 찬 서릿발이 성급하게 뒷걸음질 친다(이선/봄이 오는 길목)

⑥ “신분상승도 아니다, 언제나 뽑아 쓸 수 있는 카드도 아니다, 때가 되면 부도 없이 돌아오는 약속 어음이다, 앞집 매화나무 가지 위, 봉긋봉긋 찍힌 붉은 도장을 보면”(이형자/봄 2)

⑦ “꽃들이 따라온다. 산에서도 들에서도/집에 돌아왔다. 문밖에서 기다리며 창문으로 기웃거린다/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속삭이다가 함께 따라 나간다/더 많은 꽃들이 있다 가득한 향기, 끊이지 않는 웃음/황홀한 세상, 평화로운 나라에, 영원히 살고 싶다/밖에는 봄비가 내리고 있다”(임동권/봄의 향취)

이처럼 봄은 우리들에게 수많은 시를 쓸 수 있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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