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윤 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사서(四書)의 유교 경전 중에서 단연 으뜸으로 치는 것은 『논어』이다. 이 책의 핵심은 ‘사람을 사랑하라[愛人]’는 ‘인(仁)’ 사상이지만, 전체 20장의 구성 중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이 1장의 첫 구절이다. 『논어』를 접해 보지 않은 사람도 배우고 익히는 것의 즐거움을 표현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로 시작하는 문구 정도는 귓등으로 들어서라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적으로 회자되어 흔히 듣는 문장이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 부분이 바로 ‘학(學)’이라는 글자이다.

『논어』에서 ‘학’은 모두 63회가 등장하는데, 뒤에 ‘습(習)’과 합해져서 ‘학습’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다.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에서 왜 제일 먼저 ‘학’을 이야기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한 편집의도가 드러났음을 알 수 있다. 유교의 다양한 경전뿐만 아니라 성리학의 집대성이라 일컬어지는 『성리대전』에도 총 70권 중에서 14권이 「학」으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이다. 이처럼 다양한 사상과 철학을 품은 유교 경전들은 모두가 성인군자로 나아가기 위한 기본 전제로 ‘배움’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2월은 졸업과 입학을 알리는 분기점에 해당한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수많은 졸업생들이 축하를 받지만, 특히나 만학도들의 졸업식은 늘 화제의 중심에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학교의 문턱도 넘지 못한 분들이 성인문해교실을 통해 초등 학력을 받거나, 고희를 훌쩍 넘긴 나이로 대학을 졸업하는 분, 50대 중반에 이룬 대학생의 꿈이 불시에 찾아든 병마로 세상을 등진 분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는 분의 이야기까지 애틋한 사연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분들에게 배움이란 ‘온종일 먹지도 자지도 않고 생각해봐도, 유익함이 배우는 것만 못하다’고 한 공자님처럼, 인생의 전부이자 삶의 목표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배움에서 시작하여 배움으로 끝난다. 태어나면서부터 배움을 통해 오롯한 인간으로 성숙해가며, 인생의 진미(眞味)를 찾기 위해 배움을 이어간다. 평생 배우며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기에, 끝이 없는 것을 논해서 무엇하겠는가. 인간으로서 평생 견지해나가야 할 업(業)이 배움인 것이다. 배움의 영역은 학교의 정규교과과정을 비롯한 학력보완교육의 모든 교육활동을 포함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기서 ‘평생학습’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1980년 헌법 제29조에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는 것이다. 이후 1999년 평생교육법이 제정되고, 2000년 3월부터 이 법이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평생교육 정신이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한 지금 시대에 평생교육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으니, 교육의 환경과 역할이 달라졌다는 것을 직시하여 시민의 학습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고 교수자의 질적 수준의 향상을 골자로 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우선해야 한다.

'속도숭배주의'에 빠져 집착하는 우리들이지만, 배움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배움의 때를 너무 늦춰서도 안 될 일이지만, 그렇다고 빠르게 서두르고자 해서도 안 된다. 무작정 빠른 효과만 보고자 하는 것도 조급한 소인(小人)들이 삿된 이익을 탐하는 것과 같기에, 우보천리(牛步千里)의 정신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인생은 배움의 장(場)이다. 배움은 지식의 축적뿐만 아니라, 지식 너머의 지혜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지식과 지혜를 아우르며 결국 인간이 추구하는 최후의 목표는 자기 자신을 위한, 자기 수양을 위한, 자기 발전을 위한 배움인 것이다. 자아의 성찰을 통한 내면의 성숙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위기지학(爲己之學)’인 것이다. 자신의 내면을 수양하는 배움의 길이라면 언제나, 누구에게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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