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분자 결합을 이용한 세포 자가포식 관찰법.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형광 분자 결합쌍으로 뇌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은 강력한 형광 분자 결합쌍을 이용해 세포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세포 내 소기관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독일 응용화학회지 온라인 판에 지난달 25일 자로 게재됐다.

기존 연구에선 자가포식에 관여하는 두 세포 소기관을 관찰하기 위해 형광 단백질을 주로 이용했지만 자가포식 과정 중 분해 효소로 인해 형광 단백질이 함께 분해되는 탓에 자가포식 현상을 관찰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 분자 결합쌍인 쿠커비투릴(CB[7]-Cy3) 분자와 아다만탄아민(AdA-Cy5) 분자의 특이적 결합 원리를 이용, 자가포식이 일어나는 세포 소기관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자가포식 과정에서 함께 사라지는 형광 단백질과 달리 연구팀이 개발한 형광 분자 결합쌍으로는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 뿐 아니라 두 소기관의 융합 과정도 확인할 수 있다.

연구팀은 분해 대상인 여러 소기관 중 미토콘드리아를 주목했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가 고장 난 채 적절하게 분해되지 않으면 퇴행성 뇌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세포 내에서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의 자가 포식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의 강력한 분자 결합을 이용했다.

먼저 쿠커비투릴과 아다만탄아민 분자를 관찰할 수 있도록 각각에 형광 분자를 붙이고 쿠커비투릴은 세포 내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자가포식하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리소좀과 미토콘드리아가 융합 시에도 형광이 나타나도록 고안했다.

실험 결과, 쿠커비투릴-아다만탄아민 형광 분자 수용액을 세포에 처리하면 쿠커비투릴은 리소좀을, 아다만탄아민은 미토콘드리아를 인지해 서로 다른 색의 형광을 띠는 것으로 관찰돼 두 세포 소기관 각각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가능했다.

김기문 연구단장은 “이번 연구가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치료 연구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