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용품 공동구매 등 학교운영시스템의 변화와 맞물려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동네 문방구가 또 다른 악재를 만났다. 이 악재는 도매까지 담당하는 중견 문방구의 생존까지도 위협할 정도로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악재의 중심엔 급신장하고 있는 생활용품 전문점이 있다.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전국문구살리기연합회가 문방구 생태계의 위협 요인으로 다이소를 지목한 건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는 방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전국의 문방구 수는 1만 개 이하로 떨어졌다. 9918개다. 2007년 1만9617개에 달했던 문구용품 소매업소는 2009년 1만 7893개, 2011년 1만 5750개, 2013년 1만 3496개, 2014년 1만 2364개, 2015년 1만 1735개로 지속 감소했다.

연평균 약 1000개씩 사라진 셈이다. 대형마트와 다이소 등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유통공룡들이 골목상권을 장악하면서 문방구의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경우 동네 문방구 살리기의 일환으로 규제에 묶였지만 이 틈새에서 살아남은 다이소가 확장을 거듭하면서 이 같은 동네 문방구 살리기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동네 문방구들은 아우성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중간 유통·도매상인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다이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국문구살리기연합회에 따르면 동반성장위원회는 2015년 문구소매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면서 대형마트 3사(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의 문구류 판매를 제한했다. 대형마트 3사는 학용문구 18개 품목을 묶음 단위로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규제 대상 선정 당시 다이소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돼 판매 제한 조치 대상에서 제외됐다.

방기홍 전국문구살리기연합회 회장은 “다이소가 골목상권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커졌다. 대형마트 3사 판매 규제의 취지가 사라질 정도다. 대형마트의 경우 동네 문방구와 상대적으로 거리를 둔 곳에 위치하지만 다이소는 같은 골목상권에 자리 잡고 있어 오히려 더 치명적”이라며 “문구점들은 생활·잡화 물품 비중을 늘려 매출을 유지해 왔는데 생활용품 전문점인 다이소와 경쟁이 되지 않는다. 문구점 옆에 다이소가 들어오면 1년 내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1997년 문을 연 다이소 매장은 2010년 600개, 2012년 860개, 2015년 1000개, 2016년 1267개, 지난해 1300개(가맹점 458개 포함)로 급증했다. 2012년 6370억 원의 매출은 2015년 1조 원, 2016년 1조 3000억 원으로 성장했고 지난해 매출 2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방 회장은 “7~8년 전 만 해도 다이소가 대기업군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를 피했지만 지금은 매출이 2조에 가깝고 전국 매장이 1300개가 넘으며 직접 고용인구도 1000명이 훨씬 넘는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최소한 문구용품만큼은 다이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dragon@ggilbo.com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