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2017년산 쌀 공급이 적어 가격 상승이 이뤄졌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정책 때문이 아니라 다른 데 있다. 바로 지난해 극심한 가뭄으로 적지 않은 농가가 모내기를 놓쳤고 그나마 논에 물을 댈 수 있었던 농가는 7~8월 잦은 비로 인해 생산량이 준 것이다.

22일 대전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모내기철인 3월 대전과 세종 충남의 강수량은 12.9㎜에 불과했다. 이는 평년 강수량인 49.4㎜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4월에도 평균 강수량이 58.8㎜로 평년인 70.5㎜보다 낮았다. 강수량은 전월보다 늘기 했지만 지역적 편차가 커 전국에서 쌀 생산량 1, 2위를 다투던 충남 서해안 대부분인 태안, 서산, 당진, 홍성, 보령, 서천은 물론 천안과 아산, 세종에 가뭄이 발생하기도 했다.

계속된 가뭄으로 모내기를 최대한 미룬 농민은 5월에 비가 오길 바랐지만 결국 강수량은 33.7㎜로 평년(93.7㎜)보다 적어 전월은 물론 3월보다 더욱 말라 결국 모내기에 실패했다. 특히 5월은 금산을 제외한 대전과 세종, 충남 전 지역에 기상가뭄이 발생했다. 비가 오지 않자 충남 서북부권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지난해 5월 21일 기준 10.9%까지 떨어졌고 충남의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도 지난해 같은 기간 85.2%의 67.4% 수준인 54.9%에 불과했다.

모내기 실적도 46.18%로 절반 이상은 농사를 시작도 못했다. 결국 충남 홍성의 한 마을에서는 자기 논에 먼저 물을 대려는 이웃 농민 사이에 물꼬 싸움이 벌어져 폭행 사태로 비화하기도 했다. 또 다른 마을에서는 새로 개발되는 농업용 관정을 주변에 있는 관정보다 더 깊이 파는 바람에 기존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시비가 붙기도 하는 등 가뭄으로 인한 수(水)싸움이 발생했다.

어렵게 물을 구해 농사를 시작하더라도 풍부한 일조량을 받아야 할 시기인 7~8월엔 비가 자주 내려 오히려 생육이 악화됐다. 7월 대전과 세종, 충남의 강수량은 405㎜로 평년(287㎜)보다 월등히 많았고 비가 오는 흐린 날도 19일이나 됐다. 8월엔 강우량이 262.7㎜로 평년(288.2㎜)보다 적었지만 흐린 날이 많아 벼의 성장이 촉진되지 못했다. 결국 쌀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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