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 쌀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농민들은 여전히 추운 봄을 맞이하고 있다. 쌀값 상승이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격이 뛰는데 왜 웃지 못할까? 가뭄 등의 영향으로 수확량이 줄고 물가가 상승해 실제 이익은 전년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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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 진잠에서 쌀 농사를 짓는 김민순 전국새농민회 사무국장은 “지난해는 보통 전년보다 30~40% 수확량이 줄었다고 볼 수 있다. 심하게는 50% 이상 수확을 못한 농민도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쌀 생산량은 37년 만에 처음으로 400만 톤 밑으로 떨어진 340만 톤이다. 전국적으로 냉해를 입었던 1980년(355만 톤) 이후 최저치다.

여기에 물가상승의 영향으로 비료, 농기계 등의 지출까지 늘어나면서 농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는 실정이다. 쌀값은 기껏해야 지난해 12만 원 대에서 올해 16만 원으로 4만 원 올랐지만 농사에 필요한 트렉터는 한 대에 1억 원을 넘는 등 좀처럼 간극을 줄이기 힘들다. 쌀값이 오르더라도 농사에 필요한 지출 역시 만만치 않아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빚을 내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 농업인 늘고 있는 셈이다.

쌀값이 상승하다보니 정부가 지원하는 쌀 변동 직불금까지 줄었다. 쌀 변동직불금은 수확기 평균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하락하면 목표가격과의 차액의 85%에서 전년도 지급받은 고정직불금 단가를 제외한 나머지를 쌀 농가에 지급한다. 쌀값 상승이 수익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정부 지급액을 줄이게 한 꼴이 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7년산 쌀 변동직불금 지급단가는 1㏊당 78만 8382원으로 2016년산 212만 1376원에 대비 크게 줄었다.

여기에 땅주인이 정부에서 받은 변동 직불금까지 가로채는 편법까지 성행하고 있다. 김 사무국장은 “자기 땅에서 농사짓는 거라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대전 인근에서 농사하는 농민들은 땅값이 너무 비싸 임대차계약을 통해 농사를 짓는 경우가 많다”며 “문제는 근래에 지역 농지를 사드리는 도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농사도 짓지 않는 일부 땅주인이 임대차 계약을 빌미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변동 직불금을 가로채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변동 직불금을 안 줄거면 임대차계약을 해 주지 않겠다는 식”이라고 귀띰했다. 이어 “이렇다보니 실제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억울해도 생업을 접을 수는 없으니 울며겨자먹기로 직불금을 내주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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