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표기업 반열

자동차 성능의 완성은 타이어다. 자동차의 퍼포먼스가 아무리 뛰어나도 타이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자동차가 한계를 만나는 순간, 타이어의 성능이 시작된다’는 광고 카피처럼 타이어는 자동차 성능을 완성하는 궁극의 요소가 된다. 한국 최초의 타이어전문기업 한국타이어는 세계 유수 자동차 메이커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품질 경쟁력을 키워왔다. 한국타이어가 자동차 성능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슈퍼카 시장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도 품질 경쟁력이 뒷받침 됐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는 배터리 중심의 전기차로 대체되고 있고 사람이 직접 작동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달리는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타이어의 도전이 멈출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한국타이어 제공

◆ 충청 대표기업 반열에 오르다

한국타이어는 8개의 생산시설과 5개의 R&D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유럽 1곳(헝가리), 중국 3곳, 인도네시아와 미국 테네시 각 1곳 등 6개가 해외에 있고 국내엔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최근 미국 테네시공장이 준공되면서 한국타이어의 연간 생산능력은 1억 개까지 뛰어 올랐다. 한국타이어는 5개의 글로벌 R&D센터도 운용하고 있는데 그 핵심인 중앙연구소(테크노돔)는 대전 대덕특구에 위치해 있다. 한국타이어는 테크노돔과 함께 한국 타이어업계 최초로 핀란드 이발로에 겨울용 타이어 전용 성능시험장(PG) ‘테크노트랙’도 오픈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내부. 한국타이어 제공

지구 최북단 이발로에 있어 최적의 겨울용 타이어 테스트 환경을 갖춘 테크노트랙은 미래 지향적이고 혁신적인 타이어 기술을 완벽하게 검증할 수 있는 혁신적인 R&D 인프라다. 한국타이어는 최근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혁신의 원천으로서 테크노돔과 함께 한국타이어의 미래 비전을 구현할 타이어 종합 주행시험장을 구축하는데 그 입지가 바로 충남 태안이다. 한국타이어의 국내 생산시설(대전·금산)은 물론 미래 성장 동력의 원천 인프라가 모두 대전과 충남에 입지하는 셈이다. 글로벌 톱 티어(Top Tier·일류) 브랜드로 성장해 가고 있는 한국타이어의 심장이 충청에서 뛰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타이어는 충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타이어 테크노돔 시뮬레이터. 한국타이어 제공

◆ 혁신의 상징, 테크노돔

혁신은 기업의 숙명이다. 요즘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선 이 혁신의 역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변화의 흐름을 쫓지 못하면 그대로 시장에서 도태되기 마련이다. 한국타이어가 새로운 심장을 장착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전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16년 10월 대덕특구에서 문을 연 테크노돔(유성구 죽동)은 한국타이어 혁신의 상징이다. 건축물 그 자체에서 한국타이어의 혁신 철학과 지향점을 읽을 수 있고 혁신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2664억 원이 들어간 이 건물은 연면적 9만 6328㎡, 지하2층·지상4층 규모의 연구동과 지상7층·지하1층 규모의 레지던스 건물로 구성돼 있다. 최첨단 연구시설과 최적의 업무환경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타이어 기술을 선보일 테크노돔은 원천기술과 미래 신기술의 메카로 비상하고 있다.
테크노돔은 세계적인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립한 포스터 앤 파트너스의 설계에서 탄생했다. 친환경·지속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로 거듭나려는 한국타이어의 지향점을 테크노돔 건축물에 담아냈다. 재활용 건축자재와 친환경자재가 사용됐고 수돗물과 빗물 관리 등 효율적인 수자원 절약형 설비가 적용됐다. 건물 주위를 둘러싼 해자(垓字·인공연못) 역시 단순히 조경을 위한 게 아니다. 여기에 모인 물은 순환돼 재사용되거나 건물 온도를 조절하는데 활용된다. 또 지열과 태양열을 사용하는 에너지순환 시스템으로 에너지를 자체 충당해 전기 의존도를 줄이고 고성능 절연체와 자연채광으로 조명에 따른 에너지 소비도 최소화 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테크노돔은 R&D센터로는 유일하게 국내에서 세계 최고 권위의 친환경건축물인증제도인 ‘LEED(리드)’ 인증을 획득했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로 최종 ‘골드 인증’까지 받았다.

 

한국타이어 태안 주행시험장 배치도. 한국타이어 제공

◆ ‘창의’를 부르는 공간의 마법

테크노돔은 이와 함께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분위기에서 최고의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최적의 연구 프로세스와 업무환경을 제공한다. 또 개방적인 의사소통과 협업이 이뤄지는 공간 구성과 일-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다양한 편의시설을 지원해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창출한다.
소통은 테크노돔의 핵심 테마다. 연구원들이 지속적으로 서로 마주치도록 동선이 정교하게 설계됐다. 혼자가 아니라 서로가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한다. 복도의 넓은 난간조차 소통을 돕기 위해 치밀하게 설계됐다. 중앙 아레나는 직원들이 편안하고 활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카페 겸 휴식공간인 플레이 라운지와 영화감상과 다양한 체험활동이 가능한 프로액티브 라운지, 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 피트니스센터, 한의원, 테라피룸(심리치료실) 등 다양한 복리후생 시설들은 직원들이 일과 생활을 균형 있게 이룰 수 있도록 돕는다.
테크노돔의 이 같은 공간적 기능은 ‘미래 드라이빙 실현’이라는 기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 기술력의 결정체다. 국내 업계에선 유일하게 실차 테스트를 구현하는 ‘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센터(Driving Simulation Center)’를 보유하고 있다. F1을 비롯한 주요 레이스 트랙과 테스트 트랙의 노면 정보를 기반으로 실제와 같은 환경에서 가상의 테스트 드라이빙을 할 수 있는 실험실이다. 또 타이어를 장착하고 주행할 때 발생하는 자동차의 모든 특성값을 디지털화해 기록하는 SPMM(Suspension Parameter Measuring Machine)도 갖춰 신속하고 유연한 연구 인프라와 실험 결과에 대한 정확성을 담보한다. 더불어 미래 타이어 기술력의 새로운 기준인 소음에 대한 정밀한 연구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타이어 소음 테스트 실험실(Tire Noise Measuring Room)도 갖췄다. 섀시 다이나모미터(Chassis Dynamometer) 중 최대 크기인 직경 3m의 거대한 드럼으로 실제 주행 환경과 같은 노면을 재현하고 변경이 가능한 다양한 노면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소음 설계가 가능해졌다.
테크노돔 안에선 눈도 만든다. 트레드 패턴 마찰시험실(Tread Pattern Friction Test Room)엔 한국타이어가 자체 제작한 스노 메이커가 있다. 여름에도 자연설과 유사한 특성과 형상을 가진 ‘자연설-모사-인공설(Nature Identical-Snow)’을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직접 만든 눈과 역시 자체 개발한 트레드 패턴 마찰시험기를 이용해 실내에서 타이어의 마찰 특성을 평가한다. 영하 20도의 혹한 조건에서도 마찰시험이 가능하도록 최적화된 랩이다.

◆ R&D 인프라의 확장, 태안PG

2000억 원이 투입돼 타이어 성능 시험장으로는 국내 최대인 약 126만㎡(38만 평) 규모로 2021년 완공되는 태안 주행시험장(PG)은 타이어 테스트를 위한 하이테크 R&D시설로 테크노돔에서 개발한 원천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타이어 제품의 필드테스트(고속주행, 원선회, 브레이킹, 수막시험 등)를 담당한다. 시속 250㎞의 고속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고속주행로를 포함해 모두 11개의 시험로와 사무동, 워크숍공간 등이 배치된다.
테스트 트랙은 전기차, 런플렛, 슈퍼카용 타이어처럼 혁신적인 첨단 신제품 개발 등에 필요한 원천기술을 연구하는 순수한 테스트 시설이다. 시험로 내부에는 전 세계 다양한 노면과 사계절 전천후 최첨단 시험 설비로 구성돼 타이어가 접할 수 있는 모든 도로 조건을 갖추게 된다.
태안PG엔 R&D 인프라만 있는 게 아니다. 초고성능 타이어, 런플렛 타이어, 슈퍼카용 타이어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모터 컬처가 가미된 드라이빙센터도 함께 조성된다. 드라이빙센터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인천에서 문을 연 BMW 드라이빙센터가 그 모델이다. BMW 드라이빙센터가 슈퍼카에 대한 로망을 흡수하며 지역 관광 인프라고 자리매김 한 것처럼 태안PG 역시 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반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타이어는 태안PG 드라이빙센터가 가동되면 연간 2만 명의 관광객 유치로 25억 원의 관광수익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태안의 입장에선 또 하나의 연계 관광 인프라가 마련되는 셈이다. 태안PG가 활성화되면 사회공헌활동(지역인재 고용, 장학금 지원, 농특산물 구매, 취약계층 지원 등)과 맞물려 직접적인 지역경제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고 연계 산업까지 발달하면 그만큼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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