⓵산지 쌀값 80㎏ 16만 원 넘었다
농민들은 못 먹는 '가격인상 과실'

매해 풍년의 역설로 하락했던 산지 쌀값이 올 들어 큰 폭으로 상승 중이다. 자의적이 아닌 타의적인 이유인데 농심(農心)은 마냥 기쁘지가 않다. 쌀값 상승이 농민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이 같은 상승이 단기적일 가능성이 큰 데다 어떤 형식으로든 쌀값 문제가 더욱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확기 이후 산지 쌀값이 급격하게 오른 이유와 어떤 문제가 나타날지 긴급점검하고 정부의 쌀 관련 정책은 문제가 없는지, 근본적인 해결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산지 쌀값이 80㎏기준 16만 원을 넘었다. 쌀값이 오른 건 2005년 10월 이후 12년 만이다. 상승세는 지난해 7월 이후부터 시작됐고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17년산 쌀은 단 한 번도 하락하지 않았다. 특별한 하락 요인이 없어 당분간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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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농촌경제연구단체인 GS&J Institute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산지 쌀값은 80㎏당 16만 3204원으로 10일전 대비 0.9%(1412원) 상승했고 12만 9092원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하면 무려 26.4%(3만 4112원) 껑충 뛰었다. 

2017년산 산지 쌀값은 평년보다 높은 가격에서 출발했다. 지난해 10월 5일 15만 892원으로 10일 전보다 0.06%(92원)오른 15만 원을 약간 초과한 수준에 형성됐다. 대개 수확기인 10월 15일자 가격은 쌀 공급량이 늘어 10일 전 대비 하락하는데 2017년산 쌀은 이와 반대 양상을 보였다. 이후 10월 25일 15만 1164원으로 10일 전보다 0.1%(180원), 11월 5일 15만 2224원으로 0.7%(1060원), 11월 15일 15만 3124원으로 0.6%(900원), 11월 25일 15만 3796원으로 0.4%(672원), 12월 5일 15만 4968원으로 0.8%(1172원), 12월 15일 15만 5644원으로 0.4%(676원), 12월 25일 15만 6124원으로 480원(0.3%) 각각 올랐다. 

새해인 1월 5일자엔 15만 7692원으로 10일 전보다 1%(1568원) 올라 처음으로 1% 대 상승을 보였고 1월 15일자는 15만 8712원으로 0.6%(1,020원), 1월 25일자는 15만 9908원으로 0.8%(1196원), 2월 5일자는 16만 1792원으로 1.2%(1,884원) 상승해 16만 원을 돌파했다. 산지 쌀값이 16만 원을 넘어선 건 2015년 10월 5일 이후 2년 4개월 만으로 2017년산 산지 쌀이 13순(旬) 연속 상승을 보인 것이다. 

쌀값이 오른 일차적인 원인은 공급량의 대폭 감소에 있다. 2017년산 쌀 공급은 전년보다 6.6% 감소한 340만 톤이다. 수요는 식사용 쌀의 경우 302만 2000톤으로 전년보다 2.7%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쌀 수요를 식사로만 한정하는 게 아니라 사료 공급과 해외원조 등으로 확대하면 전년 대비 2.7% 증가한 458만 8000톤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인 시절 공약으로 내걸었던 산지쌀값 목표치가 17만 5000원이고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이를 관철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하락은커녕 상승 여지만 남았다. 

갈수록 산지 쌀값이 오르고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만큼 농민은 오히려 출하를 미룰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앞으로의 가격 상승을 기대한 농가가 출하를 미뤄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현호 기자 khh0303@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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