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평론가·정치학 박사

 

김정은 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얼마 전만 해도 한반도에 핵과 미사일 문제로 인해 전쟁의 위기감이 고조됐으나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의 축가가 울려 퍼지고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잔뜩 부풀어 올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서울국립국장에서 열린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관람하며 힘찬 박수를 보냈죠.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은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응원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은 정말 가슴을 찡하게 했습니다. 우리는 역시 한민족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습니다.

그러나 평창올림픽의 폐막일이 다가오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가고 있으나 남북화해의 소식은 안 들리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공포감마저 갖게 됩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때까지 최대 압박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걸 듣고 있죠? 며칠 전 미국은 8년 만에 내놓은 ‘핵 태세 검토 보고서’(NPR)를 통해 “미국과 동맹에 대한 북한의 어떤 공격도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며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고도 생존할 수 있는 어떠한 시나리오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김위원장님,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위원장께서는 지난해 국제사회의 비난 속에서도 세 차례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6차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미국 안보를 위협하면서 속된 말로 트럼프 대통령의 ‘코털’을 건드린 격이 되고 말았습니다. 북한에 대한 제한적 선제타격을 의미하는 코피(bloody nose) 전략까지 등장했습니다.

중국도 핵·미사일 문제로 극도의 피로감에 휩싸여있습니다.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을 언제까지 두둔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나온 지 오래입니다. 중국은 경제부흥을 위해 갈 길이 바쁜 상황입니다. 예전처럼 북한을 무작정 도울 수 있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 점을 위원장께서도 모르지 않으리라 봅니다. 문재인 정부의 입장도 깊이 헤아려야 합니다. 지금 문재인 정부는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올림픽 기간 중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했고, 유엔과 미국을 설득해 대북제재 예외 조치도 이끌어냈습니다. 어떡하든 남북화해로 가야만 남북이 함께 평화를 누리며 잘 살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죠.

대북 강경 제재를 고수하는 미국으로선 불만이 없지 않죠. 문재인 정부를 곤란한 입장이 되게 하시렵니까. 위원장께서 행여 한미 양국을 갈라놓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공조에 틈을 벌리겠다는 통남봉미(通南封美)를 생각한다면 큰 오산입니다. 그 반대의 통미봉남(通美封南)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미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공고하기 때문이죠.

현명한 판단을 내릴 때입니다. 핵무기로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습니다. 위원장께서 제안한 남북정상회담을 진정으로 원한다면 올림픽 성화가 꺼지기 전에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입장을 내놔야 합니다. 올림픽 기간 중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려 했다는 소식(워싱턴 포스트 보도)은 일말의 희망을 갖게 합니다.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합니다. 정상회담도 열고, 핵문제도 논의해야 합니다.

위원장께서 염려하는 북한체제 보장은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의지와 실행력을 보인다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한국은 물론 주변 강대국 중 어느 국가도 북한체제를 위협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음은 위원장께서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남과 북이 함께 사는 길로 나서야 합니다.

홍윤숙 시인은 ‘오라, 이 강변으로’ 란 시에서 “오라 이 강변으로/ 우리는 하나, 만나야 할 한 핏줄/ 마침내 손잡을 그 날을 기다린다./ 그 날이 오면 끊어진 허리/ 동강난 세월들 씻은 듯 나으리라”라고 기원합니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절기인 우수(雨水)가 엊그제였죠. 이 우수가 민족분단 후 수십년 동안 반복됐어도 남북간 얼음장은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이젠 녹아내리도록 위원장의 결단을 기대합니다.

 

저작권자 © 금강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